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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도 가도 왕십리
저자 | 김창희 (지은이)
출판사 | 푸른역사
출판일 | 2025. 09.29 판매가 | 22,000 원 | 할인가 19,800 원
ISBN | 9791156123033 페이지 | 316쪽
판형 | 588g 무게 | 152*225*21mm

   


왕십리는 살아있다!
정말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곳이 왕십리다. 예전엔 그런 줄 미처 몰랐다. 내세울 만한 변변한 역사와 인물이 없는, 그저 그런 변두리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건 한참 잘못된 것이었다. 갈래를 특정하기 힘든 수많은 사람이 이곳을 거쳐 갔다. 그들이 이곳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도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이 책을 쓰는 내내 다가가려 하면 할수록 한 발짝 더 멀리 뛰어 달아나며 그 너른 폭과 깊이를 보여 주는 곳이 바로 왕십리였다.
그럼에도 조금 일반화해 본다면, 우리가 저잣거리에서 흔히 마주치기 때문에 특별한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경우에 따라선 당대의 천덕꾸러기에 해당하는 인물들이 주로 이곳 왕십리에 살거나 흔적을 남겼다. 우리가 ‘민중’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었다.
이 책은 그런 민중의 이야기다. 그들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이것저것 가릴 것 없는 사람들이었다. 생긴 대로 살고, 자기에게 주어진 대로 고민하고 행동했으며, 마침내 죽어서는 그 자리 왕십리의 어느 구석에 조용히 자기 자리를 잡은 이들이었다. 그렇게 나와 전혀 다를 것 없는‘작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는 시간은 한껏 즐겁고 고마웠다. 독자들도 이 책에서‘ 나와 다르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발견해 준다면 글쓴이로서는 큰 기쁨이겠다. -〈책머리〉에서

모든 이야기가 그렇게 아름답고 향기로울 리 없었다. 훨씬 많은 수의 사람들은 아픈 사연들을 갖고 있었다. 이곳에 묻힌 가톨릭 순교자들이 그랬고, 갑신정변의 고대수가 그랬으며, 임오군란의 김장손이 그랬다. 이들은 출구를 찾기 힘든 삶의 미로 속에서 안간힘을 쓰다 안타깝게 스러져갔다. 그리고 대부분 죽은 뒤 또는 삶의 마지막 국면에 왕십리와 인연을맺었다. 왕십리가 그들의 피울음을 듣고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안식처를 제공해 준 댓가로 이제 왕십리는‘ 주검의 장소’에서‘ 새 세상으로 나아가는 관문’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스스로 낮아져 민중의 삶 속에 스며들었다가 160여 년 만에 왕십리에서 불쑥 재발굴된 이성문 가계의 이야기도 주목할 만하다. 조선 최초의 가톨릭 세례자 이승훈의 방손傍孫에 해당하는 이들의 삶은 기구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우리 민중의 역동성 같은 것을 느끼게 한다. ‘삶의 의지’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들 가계의 이야기는 옛 사대부 가문의 족보를 회복했다는 해피 엔딩 스토리라기보다는 스스로 민중이 되어 오늘까지도 끈질기게 삶을 이어 나가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분투기로 읽는 것이 온당하다는 생각이다.
사실 왕십리는 이런 이야기의 보고다. 신한승이나 장소팔과 같이 두드러진 인물은 사실 예외적인 경우다. 그보다는 이성문 가계와 같이 그 존재와 생존 방식 자체를 통해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하고 있는 경우는 아직도 무수하게 발굴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렇게 과거의 사람과 장소를 오늘의 우리가 안아서 내일로 넘겨 줄 수 있다면 누가 왕십리가 죽었다 말할 수 있겠는가? 엄연히 살아 있는 왕십리의 발견, 그것이 오늘 우리의 자존심이자 내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다. -〈나가는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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