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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 > 국방/군사학 > 국방 일반
웨스트포인트에서 꿈꾸다
저자 | 오준혁
출판사 | 박영사
출판일 | 2022. 03.10 판매가 | 19,000 원 | 할인가 17,100 원
ISBN | 9791130314495 페이지 | 336
판형 | 152*223*17 무게 | 470

   


서문 도전자를 변함없이 굽어보는 별 하늘.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수능 전날 밤 논두렁을 걷다가 마주친 별똥별을 보면서도. 다음 해 고시원 옥상에서 발굽혀펴기가 끝난 후 누워서도. 또 다음 해 논두렁을 내닫고 나서 숨을 고르면서도. 그 또 다음 해 땀이 튀도록 소리를 내지르며 육사에서 숨 쉬면서도. 그리고 그 또 다음 해 미 육사 잔디밭에서 땀범벅이 되어서도. 하늘은 늘 말이 없었다. 별들은 늘 묵묵히 굽어보고 있었다. 나는 그때마다 땅에 기대어 하늘을 우러러봤다. 그저 내가 숨쉴 수 있는 이 순간 자체에 감사했다. 미국에 가기 전 육사에서 많은 분들을 만났다. 타지라서 고생할 것이라고 했다. 자유분방한 나라에 가니 부럽다고도 했다. 한국인임을 잊지 말라고도 했고, 미국인이 되라고도 했다. 나는 다만 다양한 말씀을 듣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사관생도이기 때문에 받는 대우에 원래부터 분에 넘쳐 했었다. 그런데 이제 여기에 미 육사 파견생도로서 받는 또 다른 후광에 분에 넘치게 감사할 따름이었다. 귀국 직전과 귀국 후에도 많은 분들을 만났다. 어떤 분들은 궁금한 점을 구체적으로 물으셨다. 혹은 내가 한국실정에 실망했을 거라며 위로하셨다. 내게 핀잔을 주는 분도 계셨다. 걷는 자세며 옷차림을 지적받기도 했다. 너가 미군이냐며 물으시는 경우도 있었다.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라고 나는 대답해왔다. 무엇을 배웠냐는 질문에 나는 늘 고민했다. 넘쳐나는 기억과 감흥은 그 넘침만큼 내 말까지 삼켜버렸다. 고작 한다는 말은 식상해지기 일쑤였다. 그래도 나는 그 답을 고수했다. 미 해사로 한 학기 교환학습을 갔었던 경험이 있었다. 마침 내가 귀국하자마자 우리 군은 합동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모색하고 있었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간접적으로나마 사관학교 교류프로그램의 입안에 있어 경험담을 공유하면서 프로그램 정착에 기여를 한 셈이 되었다. 사실 내가 다녀온 프로그램은 3학년 때 1,200명 중 지원한 12명을 선발해서 보내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학년 전체를 보내는 것이었다. 시기도 다르고 기간도 달랐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프로그램이 정착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나는 그래서 결심했다. 내 경험을, 조금만 필요한 부분만 전하지 말자. 나는 여러 번 내 이야기를 신기해하거나 내 시각을 신선하게 받아들여 하는 광경을 보아왔다. 수업시간에 생도들이 그러하였고, 공석과 사석에서 선후배들이 그러하였다. 그래서 나는 남이 물을 때 부분부분만 대답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통째로 전하자. 물론 듣고 싶은 사람의 편의에 의해서 내 이야기는 또 각색이 되어 전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전반적인 내용은 한 번 다룰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신기하게 아직 다뤄지지도 않았으니 이제 하늘은 나에게 책을 쓰라고 기회를 준 것 같다고도 생각되었다. 내 4년간의 미 육사 생활은 도전의 연속이었고, 모험의 연속이었다. 나는 개척자 정신으로 안주하려 하지 않고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였으며 지속적으로 실험하였다. 그래서 마치 여행과 같았다. 사실 먹는 것, 다니는 것, 배우는 것 모든 순간이 너무 이질적이고 흥미로워서 늘 나는 여행을 떠나온 것 같았다. 하지만 하나는 잊지 않았다. 나는 미 육사 생도였지만 한국군인이었다. 나는 미국이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늘 분석하려고 했다. 내 자아를 늘 객관적 공간에 두면서 나는 그렇게 4년의 생도생활을 했다. 실수도 많고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던 4년은 무엇보다도 빠르게 그렇게 흘러갔다. 오늘도 올려보는 밤하늘을 보아하니 하늘은 말이 또 없다. 아버지께서 말을 줄이라고 해서 줄였지만 또 나만 말이 많은 것 같다. 말이 없는 하늘은, 그리고 그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은 그렇게 오늘도 묵묵히 나를 굽어보고 있다. 2021년 8월 화랑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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