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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맹자야 제발 덕분에
저자 | 정미경 (지은이)
출판사 | 문학들
출판일 | 2025. 12.26 판매가 | 16,000 원 | 할인가 14,400 원
ISBN | 9791194544258 페이지 | 228쪽
판형 | 152*223*11 무게 | 319

   


지난 2022년, 첫 소설집 『공마당』으로 제3회 부마항쟁문학상을 수상한 정미경 작가가 두 번째 소설집 『맹자야 제발 덕분에』(문학들 刊)를 출간했다. 정 작가는 첫 소설집에 이어 이번 작품집에서도 ‘여순사건’의 아픔을 다루고 있다. 소설적 구성을 최대한 배제하며 역사적 사건의 상처와 증상을 있는 그대로 증언하려 했던 태도에서 나아가 이번 작품집은 소설적 구성과 깊이를 더하고 주제를 심화하여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작가의 새로운 소설들은 가혹한 진실에 얽힌 피 묻은 문장 위에 픽션적 장치들을 덧입힘으로써 한 걸음 더 진화한 듯하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아픈 여자들’의 신경증적 증상들이다.”(김영삼 평론가)
정 작가의 소설은 이제 단순한 ‘증언’을 넘어 상처가 개인의 삶과 신체에 남긴 증상, 그리고 그 증상을 이해하고 치유하려는 서사로 진화하고 있다. 김영삼 평론가의 분석처럼 이번 작품들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아픈 여자들’이다. 이들은 우울, 섭식장애, 가출 같은 신경증적 증상을 겪는데,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폭력이 남긴 집단적 트라우마의 결과로 읽힌다. 특히 어머니의 반복적인 가출과 그로 인해 돌봄을 떠맡아야 했던 딸들의 이야기는 과거의 사건이 현재까지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 주는 핵심 서사로 작동한다. 역사는 끝나지 않았고, 상처는 세대를 넘어 전염된다.
표제작 「맹자야 제발 덕분에」에 등장하는 당돌한 맹자는 군인과 산사람 사이에서, 태극기와 인공기 사이에서 생존을 도모해야 했던 그 시절의 모습을 명확하게 그려 내고 있다. 산사람들의 강압에 의해 인민위원장이 되었던 맹자의 아버지는 국군들의 총살로 사망한다. 사범학교를 나와 교사를 하던 작은아버지도 사건에 연루되어 억울한 죽음을 당한다. 이제 집에는 여자들만 남았다. 그러나 이 소설의 맹자는 전혀 주눅 들지 않는다. 맹자는 ‘순직’을 자처하고 산사람들이 내려오면 산과 바위와 나무를 가리지 않고 날아다니는 ‘다람쥐 새끼’처럼 뛰어다니며 마을 사람들에게 소식을 전한다. 그녀는 아버지와 작은아버지가 경찰에 끌려갔을 때도 남자 어른들이 갇힌 곳을 수색했었고, 때로는 산사람들보다 빠르게 구산댁 아줌니 집으로 달려가 소식을 전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순경 군인들도 무서운께 해 떨어지기 전에 도망가 버린디 도토리 같은 것이 뭘 하겠다고 난리여. 겁도 없단께. 사립문도 꼭꼭 걸어둔디 담 넘어갖고 포릉포릉 나무고 지붕이고 타고 다닌께 막을 도리가 없”는 맹자를 걱정하지만 우리의 맹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렇듯 가부장적 질서와 공포가 지배하던 상황에서도 맹자는 울거나 숨지 않는다. 그는 사건을 회피하지 않고 보고, 듣고, 기억한다. 이 점에서 맹자는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증언자의 원형에 가깝다. 김영삼 평론가는 이 인물을 통해 정미경 소설이 던져 온 질문, 즉 “과연 객관적 증언은 가능한가”라는 물음에 하나의 응답이 제시된다고 본다. 맹자의 시선은 이데올로기나 권력에 포획되지 않은 채, 사건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려는 태도를 보여 주기 때문이다. 소설 말미에서 맹자가 ‘붓’을 물려받는 장면은 상징적이다. 이는 단지 가문의 희망을 잇는 도구가 아니라, 젠더와 이념을 넘어 역사를 기록할 미래의 화자를 예고한다.
국가 폭력, 가족의 해체, 여성에게 전가된 돌봄과 희생의 역사 앞에서 독자는 쉽게 안도할 수 없다. 그러나 김영삼 평론가는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소설이 지닌 현재적 가치를 강조한다. “너무나 개인적이어서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오늘의 독자에게 공감과 성찰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정 작가는 순천대학교 10·19여순연구소에서 5년째 유족들의 상처를 직접 채록·정리하는 일을 해왔다. 그가 직?간접적으로 만난 유족들은 무려 600여 명에 이른다. 첫 소설집을 낸 이후 “후손들이 겪는 고통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소명 의식”의 중압감으로 인해 “단 한 줄의 소설도 쓸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유족분들이 한 분 두 분 세상을 떴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그들과 못다 한 이야기가 있는 듯하고 무언가 빚을 진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작가의 말’)
이번 소설집은 그 ‘이야기’와 ‘빚’의 한 대목이다. 그 깊은 이야기와 빚의 우물에서 길어올릴 작가의 다음 소설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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