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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피해자
저자 | 모함메드 엘쿠르드 (지은이), 박종주 (옮긴이)
출판사 | 마티
출판일 | 2026. 04.30 판매가 | 19,000 원 | 할인가 17,100 원
ISBN | 9791190853743 페이지 | 272쪽
판형 | 140*220*16 무게 | 354

   


2023년 10월 이래 이스라엘이 행해온 가자 지구 집단학살은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는 집단학살이라 일컬어진다. 수만 명의 아이들을 학살하고, 역사상 어떤 현대 전쟁에서보다 많은 언론인을 표적 살해하는 동안, 이스라엘은 어떻게 국제사회에서 ‘민주주의 국가’로 행세할 수 있을까?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죽음에 왜 세계는 분노하지 않고, 혹은 그 분노는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할까? 예루살렘 출신의 시인이자 저널리스트, 활동가인 모함메드 엘쿠르드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비인간화’하는 조건과 ‘호소의 정치’라는 대응 방식을 중심으로 이런 질문들이 제기하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통렬하게 논한다.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허락된 지위는 피해자 아니면 테러리스트다. 피해자, 즉 죽임당해선 안 되는 인간으로 인정받는 데도 자격이 필요하다. 팔레스타인인들은 분노하지도 저항하지도 않고, 서구의 시선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고통받아야 한다. 엘쿠르드는 이 불가능한 요구를 ‘완벽한 피해자’라 명명하고, 그것이 작동하는 방식을 낱낱이 분석한다.

이 책이 겨냥하는 것은 이스라엘 비판만이 아니다. 공감과 연대라는 이름으로 부지중에 ‘완벽한 피해자’를 요구해온 연대자들에게도 향한다. 나아가 저자는 거울을 들어 팔레스타인인 스스로를 비춘다. 완벽한 피해자의 기준을 내면화한 채 자신도 인간임을 입증하고 간구하는 ‘호소의 정치’를 실행해온 팔레스타인인들을 향해서다. 자신의 언어를 순화하고, 분노를 지우고, 정체성을 탈색하는 이 과정은 단지 개개인을 쪼그라들게 할 뿐 아니라, 해방을 향한 운동의 목표를 흐리고 그 동력을 내부에서 잠식한다.

이 책은 우리가 팔레스타인을 바라보는 방식을 드러낸다. 그것은 곧 우리가 피해자, 소수자, 약자를 바라보는 방식이기도 하다. 주류적 재현 방식을 답습할 때 그 재현의 대상이 실제로 어떤 폭력과 피해를 겪게 되는지 알 수 있다. 저자는 선언과 증언과 아이러니가 교차하는, 시적 리듬의 언어로 간명한 요구를 더없이 강렬하게 전한다. 인정 여부와는 무관한 존엄에 대한 존중이다. 그리고 이는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요청이기도 하다. 호소의 정치를 가능하게 하는 체제를 거부하고 바꿔내려 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이 책이 독자를 호소를 듣고 완벽한 피해자성을 판단하는 자리에 머물게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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