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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 신화/종교학 > 종교학
종교적인 것의 귀환
저자 | 이상철 (지은이)
출판사 | 울력
출판일 | 2025. 12.10 판매가 | 24,000 원 | 할인가 21,600 원
ISBN | 9791185136813 페이지 | 484쪽
판형 | 827g 무게 | 154*224*29mm

   


종교적인 것의 귀환
이 책의 제목인 ‘종교적인 것의 귀환’은 저자가 유학 시절 데리다 책을 읽다가 발견한 한 구절에서 비롯되었다. 데리다는 이데올로기 시대가 막을 내리고 세계화가 왕성히 진행되어 가던 그 무렵에 종교의 재출현을 기이하게 생각하면서 ‘종교적인 것의 회귀(return of the religious)’라는 표현을 썼다. 데리다는 이 현상을 단순히 종교적 도그마로의 회귀로 보지 않고, 근본주의, 전통주의, 광신주의로의 퇴보가 아니라 뭔가 다른 종교적 효과 내지 상상을 기대했다. 그런 의미에서 데리다가 말하는 종교는 제도적, 관습적 종교를 뛰어넘는 종교적인 것에 대한 새로운 요청이라 할 수 있다.
그로부터 30년이 흐른 오늘, 우리는 21세기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는 ‘종교의 회귀’를 목도한다. 전직 대통령은 온갖 무속 논란에 휩싸였고, 그런 대통령을 대형 교회 목사들이 달려가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했다. 광화문 광장에서는 전광훈 목사가 벌이는 기괴한 발언과 퍼포먼스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호응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극우주의 정권이 득세를 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그 배후에 근본주의 기독교 세력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데리다가 예측했던 대로 ‘종교적인 것의 회귀’가 이루어졌지만, 그것은 새로운 종교에 대한 기대와는 거리가 먼 종교적 무지와 광기로 부활하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종교적인 것의 귀환’은 오늘의 현실 속에서 어떤 함의를 지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이 의도하는 것인데, 여기에 수록된 글들은 데리다와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오늘의 종교 현상을 성찰적으로 바라보고 과거로 퇴행하는 종교가 아니라 미래를 향해 열려 있는 종교가 무엇인지를 묻고 상상하는 가운데 쓰인 것들이다.

인문-신학적 글쓰기
‘인문-신학’이라는 말은 형용 모순이다. 일찍이 막스 베버(Max Weber)가 ‘근대를 주술로부터 세계를 해방시킨 합리화의 과정’이라고 했을 때, 주술은 고대나 중세 시절 신앙의 언어를 의미했고, 해방과 자유는 르네상스로부터 시작된 근대 인문 정신의 총아였다. 양자 간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몰락한 인문학과 신학을 소환하여 ‘인문-신학’이라는 합성어를 만든 이유는 무엇이고, 그것을 통해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가?
저자는 2018년에 출간한 책에서 ‘인문-신학’이 아닌 ‘인문/신학’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바 있다. 그가 이전에 전개한 ‘인문/신학’은 인문학과 신학을 대립되는 둘의 관계로 상정하였다. 이는 인문학으로 신학을 재단하거나 신학적 도그마 안으로 인문학을 가두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구조다. 물론 겉으로는 서로 대화 소통하면서 이루어 낸 결실이라고 하겠지만 슬래시가 갖는 경계와 단절의 기호는 틈과 사이를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인문’과 ‘신학’ 어느 한쪽으로 편향되지 않고 상호 반영적이고 대화적이어야 함을 드러내기 위한 숙고의 과정을 거쳐 ‘인문/신학’에서 ‘인문-신학’으로의 전이를 상상하기에 이르렀다.
‘인문-신학’에서 인문과 신학 사이에 있는 ‘하이픈(-)’은 인문학과 신학 ‘사이(between)’를 의미한다. ‘사이’는 공백이고, 나머지이고, 잉여다. 부연하면 ‘인문-신학’은 인문학과 신학 사이에서 서성거림, 방황하기, 사이(between) 너머(beyond)로 탈주하기라 말할 수 있다. 그런 ‘인문-신학’은 정합적인 체계와 이론을 의식적으로 추구하기보다는 세상 속에 개입해서 현실이 감추고 있는 진리의 틈을 드러내는 것, 그리하여 세계 자체가 전부가 아니고(not-all) 현재가 아님(not-yet)을 선언하는 것이다.

인문-신학의 방법론으로서 유령론
유령론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데리다의 『마르크스의 유령들』 출판 이후라 할 수 있다. 데리다는 대문자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구천을 떠도는 유령들로부터 은폐된 과거의 진실을 청취하고 미래에 대한 조언을 간구한다는 취지로 유령론을 제안하였다. 저자는 이것을 존재론에서 유령론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중요한 사건으로 본다. 데리다는 체제와 권력에 의해 주도되는 상징 질서에 틈을 내기 위해서는 살아 있으나 죽은, 혹은 죽었으나 죽을 수 없는 존재들에 주목하였다. 상징 질서 내로 편입되지 못하고 대문자 역사 밖에서 떠도는,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상징계로 출몰하는 존재들을 발견하고 그들의 이름을 호명하는 것이 유령론의 목적이다.
그렇다면, 유령론으로서의 ‘인문-신학’은 무엇일까. 본래 인문학과 신학의 언어는 유령의 언어들이었다. 현실에 있지만 현재가 지나온 과거와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를 주목하기에 그렇고, 현실의 쾌락보다는 현실이 누리지 못하는 불쾌를 발견하는 일, 현실의 원칙보다는 상징 질서 밖 실재(the Real)로 시선이 향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따라서 ‘인문-신학’의 역할이 있다면 상징 질서를 떠도는 유령들의 흔적을 찾아 그들의 말 못한 사연을 듣고서 현전을 축복하는 일이다. 그 틈으로 진리가 개입하고, 불가능이 가능성으로 변하고, 공적인 것이 다시 귀환할 것이다. ‘인문-신학’은 그곳에서 실종된 정치를 복원하고, 죽은 신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예언하며, ‘법 밖의 정의’가 진실로 정의였음을 선언하는 것이다.

포스트휴먼 사회와 포스트 코로나 사회에서 탈종교 현상
탈종교는 근대 이후 시대를 달리하면서 변형되어 왔던 익숙하고도 오래된 주제였다. 19세기에 등장했던 마르크스와 프로이트, 니체, 그리고 다윈의 진화론은 본격적인 탈종교의 서막을 알리는 사건이었고, 20세기로 접어들면서 만개한 비종교화 논쟁, 세속화 논쟁은 탈종교의 구체적 현상이었다고 할 수 있다. 1960년대 미국에서 등장한 ‘신 죽음의 신학(사신 신학)’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21세기 중반을 향해 가고 있는 오늘날 우리 곁으로 다가온 포스트휴먼 논쟁과 포스트 코로나 이후 세상에 대한 염려는 탈종교 현상이 묵시적 단계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징후적 사건이었다. 인공 지능, 사이보그, 유전자 조작 등으로 상징되는 포스트휴먼 담론은 인간과 기계의 공진화를 지향한다. 그럴 경우 오래된 종교적 주제인 인간이란 무엇인가, 고통이란 무엇인가, 구원이란 무엇이고, 신이란 누구인가를 둘러싼 물음은 이전의 종교적 관습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탈종교적 주제가 된다.
코로나19 현상은 모든 분야에서 이전과 이후의 세계를 구분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되었다. 특별히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보자면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비대면 예배의 일상화는 교회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탈종교적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리스도교의 핵심 교리는 성육신이다. 초월했던 신이 인간 세계로 내재한 사건, 즉 언택트했던 신이 택트한 사건이 성육신의 핵심이었고, 교회는 이러한 교리에 입각해 함께 모여서 드리는 예배, 얼굴을 마주하면서 이루어지는 친교, 몸으로 하는 봉사를 강조하였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교회의 모든 작용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였다. 이러한 극한적인 탈종교 현상은 ‘종교적인 것’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던지게 한다.

마르크스주의 사상가들과 신학 사이의 대화
근래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마르크스주의 사상가들과 신학 사이의 대화도 중요한 탈종교 현상이다. 20세기에 있었던 현실 사회주의의 실험이 실패로 돌아가자 좌파 사상가들은 신학적 상상력을 현실의 변혁을 위한 도구로 끌어왔다. 사상적으로 대척점에 서 있었던 유물론자들에 의해, 즉 신학 외부의 요인에 의해 신학은 교회를 위하고 봉사하는 범위를 넘어서 유물론자들의 신학, 유물론자들을 위한 신학이 되었다. 이러한 흐름도 기존 신학의 테두리와 한계를 넘어 신학의 외연을 확장시키고 세속적 주제와 대결하고 대화한다는 측면에서 탈종교의 중요한 증상이라 할 수 있다.

탈종교 시대에 종교적인 것의 귀환
탈종교에서 ‘탈(Post-)’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탈종교의 메시지는 달라진다. 종교 이후(after)라는 의미로도 쓰이고, 종교 밖(Ex-), 혹은 종교 아님의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종교 이후이든 종교 밖의 논의든 탈종교는 기존 종교에 대한 부정, 잉여, 균열을 의미한다는 취지에서 ‘인문-신학’과 어울리는 짝패일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원고들은 지금 활발히 이야기되고 있는 탈종교의 징후적 사건들을 검토하면서 탈종교 시대에 걸맞게 신학적 언어와 논의들을 각색하고, 탈종교 시대를 맞아 변화하는 윤리적 테제들을 재음미한다. 이런 논의들을 총칭하여 저자는 ‘종교적인 것의 귀환’이라 이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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