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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 인문 에세이 > 교양 심리학
나를 보고 단것에 미쳤다고 하든 말든
저자 | 강혜선 (지은이)
출판사 | 서유재
출판일 | 2026. 02.23 판매가 | 24,000 원 | 할인가 21,600 원
ISBN | 9791175290068 페이지 | 400쪽
판형 | 145*210*20 무게 | 520

   


우리는 흔히 한시(漢詩)를 고리타분하고 어려운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교과서 속 점잖은 선비들이 사실은 현대의 ‘먹방’ 유튜버보다 더 섬세하고 감각적인 미식가였다면 어떨까?
『나를 보고 단것에 미쳤다고 하든 말든』은 조선 시대 지식인들이 남긴 음식에 관한 시와 산문을 추려 작품에 담긴 일화와 배경을 함께 풀어 쓴 독특한 미식 인문서다. 김려, 박제가, 서거정, 정약용, 유득공, 윤선도, 이규보, 이색, 체제공 등 당대 최고의 지성들이 남긴 문장 속에는 오이 하나, 상추 한 잎을 향한 뜨겁고도 순수한 사랑이 넘실댄다. 가족, 친구, 이웃들과의 관계를 통해 드러나는 당대 사회상을 비롯하여 지금은 먹지 않는 재료와 하지 않는 조리법은 물론 한식의 으뜸이라 할 장류, 천연재료, 계절음식들이 아름다운 한시들과 함께 풍성하게 펼쳐지는 독특한 인문서.

“인생은 제 입에 맞는 것이 진미!”
조선 문인들의 힙한 미식 라이프
입맛 돋고 군침 도는 맛있는 한시漢詩 한 상

조선 후기의 실학자인 박제가와 유득공은 둘도 없는 친구였다. 둘은 ‘호박’을 두고 재미있는 시를 여러 편 주고받았는데 박제가의 『정유각사집貞?閣四集』에는 유득공이 보내온 ‘호박 시’에 차운하여 화답한 시가 실려 있다. 호박을 얇게 썰어 줄줄이 매달아 볕에 말려 호박고지를 만들고, 들깨를 듬뿍 넣어 구수한 국을 끓이고, 길게 잘라 졸여 목살 고기와 함께 고춧가루, 석이버섯 가루를 고명으로 얹기도 한다면서 ‘달달 볶아 떡 사이에 넣어’ 먹는 것은 ‘내가 만든 비법’이라 읊더니 급기야 스스로를 ‘호박 집의 어른(과정장瓜亭長)’이니 ‘호박 고을의 수령(과주지주사瓜州知州事)’이라 부른다. 그러자 유득공은 이 시에 차운하여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박제가를 놀린다.

그대는 보지 않았는가? 정유거사가 자칭 과주지주사라 말하며
열 번의 고과에서 모두 상상으로 평가받은 것을.
또 호박국, 호박떡을 눈앞에 가득 놓고서
술에 취한 뒤 철여의 들고 춤추는 것을.
君不見貞?居士自稱瓜州知州事 十考皆書上上字
瓜湯瓜餠滿眼前 醉後能舞鐵如意
-유득공, 『영재집?齋集』, 「다시 정유거사의 시에 차운하다復次貞?居士韻」 제2수

박제가는 호박 요리의 달인이기도 하지만 “만두 백 개, 냉면 세 그릇”은 먹어야 배가 부르다 할 만큼 ‘만두 먹보’로도 유명하다. 그는 어느 군인이 시를 청해 오자 ‘만두 3백 개 정도는 대접’ 받아야 시를 써 주겠다며 건넨 농담을 『정유각사집』에 다음과 같은 시로 남기기도 하였다.

만두 삼백 개쯤은 먹어 치운 뒤라야
선생께서 붓을 잡고 휘두르기 시작하지.
也消三百饅頭顆 便是先生落筆時

만두 먹보답게 외롭고 고달픈 유배지에서 맞은 생일에는 누님의 ‘메밀만두’를 떠올리며 “이 세상 의지할 데 없는 사람은, 생일에 더욱 서럽구나(人間孤露子, 生日增悲哀)” 탄식한 뒤, “안타깝다 만두 빚는 빼어난 솜씨를, 북방으로 보내오지 못하는 것이(可惜饅頭手, 不送北方來)”라고 읊기도 하였다.
조선 최고의 글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김려는 ‘강이천 유언비어 사건’과 ‘신유사옥’에 연루, 연이은 유배 생활 끝에 친구가 마련해 준 삼청동 셋집 텃밭에 채소를 직접 심어 먹었다. 그러고는 채소마다 시를 읊어 남겼으니 「여러 가지 채소 오언고시 10운 19수」 연작시다. 특히 쌈을 즐겨 상추와 곰취를 두고 쓴 시는 보는 사람마저 군침이 돌게 한다. 상추는 고추장에 저민 생선을 넣은 겨자즙과 술지게미초에 절인 생강을 넣어 만든 쌈장을 보리밥과 함께 싸서 먹고, 곰취는 붉은 고추장을 쌀밥에 싸서 먹었다. “입을 쫙 벌리고 우적우적 먹고서/배가 불러 북쪽 창 아래 누우면/이야말로 신선이 따로 없지(大嚼吻弦張 飽頹北?下 是民眞羲皇)”라며 행복해한 김려의 시에서 매꼼짭짤한 양념장에 어우러진 상추와 곰취의 쌉싸름한 맛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토록 맘에 흡족한고!”
맛으로 쓴 한시, 다정한 마음으로 읊어 보는 삶의 맛…
박찬일(셰프·작가), 박준(시인) 추천
『나를 보고 단것에 미쳤다고 하든 말든』은 이처럼 조선 시대 문인들의 음식에 관한 시와 산문을 중심으로 그에 담긴 일화를 함께 풀어 쓴 책이다. 김려, 박제가, 서거정, 정약용, 유득공, 윤선도, 이규보, 이색, 체제공 등 백여 명이 남긴 삼백여 수의 시와 산문들이 지루할 틈 없이 펼쳐진다. 오랫동안 옛 문인들의 뜻과 정이 담긴 글을 찾아 오늘의 독자에게 전해 온 저자는 이번에는 어렵게만 느껴지는 한시를 ‘음식’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오감을 자극하는 텍스트로 변모시킨다. 그리고 방대한 고문헌 속에서 가장 ‘맛있는 문장’들만 추려 ‘한시 한 상’을 차려냈다. 상에 오른 음식들이 화려한 산해진미는 아니다. 눈 내리는 긴 겨울밤 아내가 장독에서 꺼내온 찬 김치 한 보시기와 술 한 잔에 감동하여 밤이 늦도록 정담을 나누고, 먼저 간 누님을 그리워하며 해마다 생일날이면 빚어 주던 만두를 떠올리기도 한다. 팔십 평생 처음 맛본 꿀의 단맛에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달콤한 한 입’의 기쁨을 시로 쓰고 가난한 살림에 텃밭을 일구며 오이와 가지, 호박을 예찬하는 선비들의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짠하면서도 따듯하다. 아마도 맛있는 음식 뒤에 언제나 사람의 이야기가 있음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하여 시인 박준 역시 이 책을 두고 “누구나 몸이 위태로울 때는 순하고 담백한 맛을 찾고 사람들과 흥성일 때는 성찬과 마주한다. 마음이 사나울 때는 음식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단순하지만 거스를 수 없다는 점에서 음식은 저마다의 삶을 닮아간다”고 말했을 것이다. 또 글 쓰는 요리사인 박찬일 셰프는 이 책을 읽으며 “우리가 지금 먹는 한식은 풍요로울지는 몰라도 어쩌면 정말 맛있는 음식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추천사와 함께 적어 보내왔다.
인명과 서명, 편명, 작품명으로 꼼꼼히 정리한 찾아보기를 활용하여 낯익은 이름이 보이면 그 이름을 찾아 그 시부터 읽어도 좋고 그러다 문득 좋아하는 음식이나 식재료를 만나거든 그 뒤를 따라가도 좋겠다. “인생은 제 입맛에 맞는 게 바로 진미”라고 노래한 서거정처럼 입맛대로 제각각 나만의 한시를 만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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