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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희정
저자 | 박혜지 (지은이)
출판사 | 걷는사람
출판일 | 2026. 04.07 판매가 | 20,000 원 | 할인가 18,000 원
ISBN | 9791175010598 페이지 | 364쪽
판형 | 597g 무게 | 145*210*28mm

   


『희정-92학번 권희정입니다』는 실존 인물 권희정 열사의 삶을 바탕으로, 한 개인의 생애와 1990년대 학생운동의 풍경을 복원한 장편소설이다. 이 책은 ‘열사’라는 이름으로 기억되어 온 권희정을 역사적 표지나 상징적 존재로만 남겨 두지 않고, 한 사람의 딸이자 친구, 선배이자 후배, 학생이자 활동가로서 살아낸 구체적인 시간과 감정을 입체적으로 되살려 낸다. 불교학생회 92학번으로 대학에 들어온 권희정은 학내의 토론과 공부, 집회와 연대, 학원 자주화 투쟁의 현장을 지나며 점차 시대의 중심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러나 이 소설이 끝내 붙드는 것은 거창한 구호만이 아니다. 친구에게 밥을 사 주고, 후배를 챙기고, 부모를 걱정시키지 않으려 애쓰고,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수줍어하고, 지친 동료 곁을 묵묵히 지키는 한 청춘의 마음이야말로 이 작품을 관통하는 가장 깊은 결이다.
작품은 권희정의 생애를 따라가면서도 단순한 연대기적 재현에 머물지 않는다. 불교적 어휘와 사유를 장의 제목과 구조 속에 촘촘히 배치해, 한 인간의 삶과 죽음, 남겨진 자들의 슬픔과 기억을 보다 넓은 시간의 감각으로 감싼다. 학생운동의 한복판에서 벌어졌던 등록금 투쟁, 교육 재정 확보 요구, 총장실 점거, 단식, 총학생회 선거, 한총련과 학원 자주화 운동 등 1990년대의 구체적 장면들이 생생하게 펼쳐지는 한편, 그 장면들 사이사이에는 엄마 선순의 불안과 사랑, 동료와 후배들의 회한, 친구들의 우정, 가족 안의 갈등과 오해가 섬세하게 겹쳐진다. 시대를 움직이려 했던 뜨거운 의지와 더불어, 그 의지 때문에 흔들릴 수밖에 없던 개인의 내면이 함께 놓이면서 『희정-92학번 권희정입니다』는 한 시대의 기록이자 한 사람의 초상으로 읽힌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권희정을 영웅적으로만 소비하지 않는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앞으로 나아간 사람, 그러나 동시에 부모의 사랑 앞에서 흔들리고 친구의 상처를 아파하고 동지의 믿음을 지키려 애쓰던 사람으로 그를 그린다. 그래서 이 책은 1990년대를 통과한 이들에게는 잊히지 않는 시간의 복원으로, 그 시대를 직접 겪지 못한 독자들에게는 한 세대가 무엇을 믿고 어떻게 싸웠는지 이해하게 하는 살아 있는 입문서가 된다. 작가는 실존 인물을 둘러싼 방대한 자료와 증언, 시대적 맥락을 바탕으로 권희정의 이름을 다시 불러내며, 죽음 이후에야 비로소 굳어져 버린 이름이 아니라 끝내 현재형으로 남는 질문으로서 그를 우리 앞에 세운다.
또한 『희정-92학번 권희정입니다』가 특별한 까닭은, 권희정이라는 인물을 통해 1990년대 한국 사회의 균열과 긴장을 한 여성 대학생의 몸과 마음으로 통과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대학은 더 이상 배움의 공간에만 머무르지 않고 정치와 사회, 교육과 계급, 국가와 폭력의 문제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장소가 되고, 권희정은 그 한가운데서 학생회와 동아리, 학과와 거리, 학교와 가정 사이를 쉼 없이 오간다. 학원 자주화 투쟁과 등록금 문제, 한총련을 둘러싼 시대의 낙인과 공포, 사회 전체를 짓누르던 반공의 언어와 오해는 이 작품 안에서 추상적 담론이 아니라 누군가의 식사와 잠, 건강과 가족관계, 우정과 미래를 파고드는 생활의 문제로 변한다. 그 점에서 이 소설은 1990년대 운동사의 한 장면을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 시대가 개인의 삶을 어떻게 통과하는지를 끝까지 묻는 작품이다.
박혜지의 문장은 이러한 시간을 지나치게 비장하게 밀어붙이지 않으면서도, 결코 가볍게 흘려보내지 않는 힘을 지닌다. 뜨거운 현장의 긴장감과 친구들 사이의 농담, 부모의 속타는 마음과 젊은 날의 사랑, 후회와 다짐, 분노와 애도의 감정이 촘촘히 교차하며 독자를 권희정의 시간 속으로 깊이 끌어들인다. 특히 권희정을 기억하는 주변 인물들의 시선이 겹겹이 쌓이면서, 한 사람의 삶은 결코 한 사람만의 것이 아니며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는 사실이 절실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희정-92학번 권희정입니다』는 권희정 한 사람에 대한 소설인 동시에, 그와 함께 울고 웃고 싸우고 견디며 같은 시대를 건너간 사람들에 대한 소설이기도 하다.
결국 『희정-92학번 권희정입니다』는 한 사람의 생을 기리는 데서 멈추지 않고, 지금 우리에게도 다시 묻는다. 더 좋은 세상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누군가의 고통 앞에서 우리는 어디까지 함께할 수 있는가, 그리고 한 사람의 믿음은 어떻게 다른 이들의 삶 속에 남아 오래 흔들림을 만들어 내는가. 박혜지는 권희정이라는 이름을 통해 그 질문들을 다시 우리 앞에 꺼내 놓으며, 잊힌 줄 알았던 시대의 열기와 슬픔, 그리고 끝내 사라지지 않는 인간에 대한 신뢰를 오늘의 독자들에게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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