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회원가입
   Home    |    신간도서    |    분야별베스트    |    국내도서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울었던 자리마다 돌을 쌓으며
저자 | 홍경희 (지은이)
출판사 | 걷는사람
출판일 | 2025. 11.30 판매가 | 12,000 원 | 할인가 10,800 원
ISBN | 9791175010390 페이지 | 156쪽
판형 | 125*200*10 무게 | 203

   


홍경희 시인의 신작 시집 『울었던 자리마다 돌을 쌓으며』가 걷는사람 시인선 142번으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은 시인이 제주라는 거칠고도 아름다운 공간에서 나고 자라며 체득한 삶의 비탈과 상실, 그리고 그 너머의 회복을 ‘돌탑’을 쌓는 수행자의 마음으로 엮어 낸 묵직한 결과물이다. 시인은 섣부른 말로 위로를 건네거나 화려한 수사로 슬픔을 장식하는 대신 울음조차 스며들지 못하는 깊은 심연에 묵묵히 돌 하나를 내려놓으며 고통의 무게를 견디는 방식을 택한다. 단순히 언어를 ‘쓰는’ 행위를 넘어, 마음속의 거친 돌들을 꺼내어 세상과 자신 사이에 무너지지 않는 탑을 ‘쌓는’ 축조의 미학이 담겨 있다.

슬픔을 다져 쌓은 돌탑
그 틈새로 비치는 ‘결락(缺落)’의 미학
홍경희의 시적 화자는 마치 수행자처럼 언어를 다룬다. 시집의 문을 여는 시 「돌탑」에서 시인은 “돌 하나 들어 올려/귀를 씻고/입을 닦아/말의 무게를 고요히 다져”(「돌탑」) 탑을 쌓는다. 해설을 쓴 문경수 시인은 그를 일컬어 “쓰는 사람이 아니라 쌓는 사람”이라 명명했다. 펜 끝으로 매끄럽게 흘러나오는 언어가 아니라, 울퉁불퉁하고 모난 마음의 돌들을 “서로 받쳐 주면/모난 틈에도 빛이 스며드”(「돌탑」)게 만든다. 이러한 태도는 시집 중반부를 관통하는 깊은 상실감과 맞물려 먹먹한 울림을 준다. 화자는 “나, 제발 버리지 마라”(「흔들리는 끝」)라며 매달리던 시어머니를 요양원에 두고 돌아선 죄책감과 투병의 기억을 아프게 복기하거나 “끝끝내 죽청지 위에 쓰이지 못한 말”(「사월의 좌표」)들을 대신해 백비 앞에 서서 역사적 비극, 제주 4·3의 아픔을 마주한다. 하지만 시인은 억지로 슬픔을 봉합하거나 서둘러 희망을 노래하는 대신, “뒤돌아보지 않으면/상처의 이름도 알 수 없으니”(「달아 놀자」)라고 읊조리며 부재하는 것들의 빈자리를 끈질기게 응시한다.

어둠을 밀어내고 스스로 켜지는 빛
다시 섬으로 향하는 ‘아침의 자세’
철저한 고독과 슬픔의 터널을 통과한 시인은 4부 ‘보이지 않는 소리에 기대어’에 이르러 비로소 회복의 빛을 길어 올린다. 「아침의 자세」 연작은 웅크렸던 몸을 펴고 세상을 향해 다시 문을 여는 치유의 과정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누군가를 받아들이는 일은/결국 비우는 일”(「바다, 바보」)임을 깨달은 화자는 “어스름을 창틈으로 흘려”(「아침의 자세 1」)보내며 스스로 맑아진다. 여기에 “잠시 덜 쓸쓸하게”, 외로운 이에게 “따뜻한 신발 한 켤레”(「아침의 자세 3」)를 신겨 보내고 싶다는 다정함은 시인이 고통 끝에 길어 올린 성숙한 사랑의 깊이를 보여준다. “차가운 사람들 틈,/빛조차 닿지 않”(「아침의 자세 9」)았던 지난날을 뒤로하고, 시인은 이제 “등을 낮추어/섬으로 돌아가”(「아침의 자세 10」)겠다고 다짐한다. “갈라진 틈 속에서도/길을 내는 꽃”(「아침의 자세 10」)처럼, 상처를 봉합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생명력으로 승화시키려는 의지다. 이것은 패배나 회귀가 아니라, 바람 부는 섬에서도 쓰러지지 않는 돌담처럼 자신을 지키겠다는 단단한 선언이다. 『울었던 자리마다 돌을 쌓으며』는 혹독한 겨울을 견디고 있는 이들에게, 무너진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묵직하고 따뜻한 돌 하나를 건네는 시집이다.


 

고객센터(도서발송처) : 02-835-6872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 10 메트로타워 16층 홈앤서비스 대표이사 최봉길
COPYRIGHT ⓒ HOME&SERVICE CO., LTD.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