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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어머니는 칼날을 잡는다
저자 | 이용일 (지은이)
출판사 | 상상인
출판일 | 2025. 12.18 판매가 | 12,000 원 | 할인가 10,800 원
ISBN | 9791174900371 페이지 | 164쪽
판형 | 128*205*8 무게 | 213

   


이용일의 『어머니는 칼날을 잡는다』는 상실과 이별의 정서를 감상으로 과장하거나 손쉽게 봉합하지 않고, 봉합될 수 없는 현실을 시의 중심에 놓고 사유하는 시집이다. 그래서 이 시집의 시들이 보여주는 표정은 비탄에 젖어 외치거나 울고 있는 얼굴이 아니라,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상태로 슬픔과 고통을 견디는 얼굴이다. 그래서 그의 시들은 위로의 도구라기보다 생존의 방법에 가깝다. 무너진 자리에서도 생을 이어가야 하는 힘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그의 시를 만들었다. 다시 말해 고통을 견디는 방식으로서의 시 쓰기다.
첫 작품인 「하얀 꽃」은 빈 둥지의 쓸쓸함을 떠올린다. 눈 녹은 겨울날 꽃다발을 안고 지하철을 탄 화자는 타인의 시선을 감당하며 애써 예식에 쓰인 꽃을 들고 온다. 꽃은 축복의 장식이지만, 이 시에서 꽃다발은 잔치의 기쁨보다 비어버린 자리의 무게를 운반한다. “하얀 꽃송이들이/지나는 역마다 덜컹”대는 순간, 슬픔은 내면의 감정이 아니라 몸 바깥의 진동이 된다. 상실은 이렇게 일상 교통의 리듬과 합쳐져 지속되는 것이다. 「비가悲歌」와 「빈 둥지」는 그 상실의 정조를 더 노골적으로 밀어붙이는 작품들이다. 표제작인 「어머니는 칼날을 잡는다」는 이 상실의 슬픔이 가장 격렬한 정동으로 변하는 지점을 보여준다. 이 시는 돌봄의 의무와 생의 압력 속에서 사람이 어떻게 칼자루가 아니라 칼날을 잡으며 자신을 해치며 버티는지 우리에게 극적으로 보여준다. 이렇게 이 시집의 시들이 보여준 사유는 도덕적 훈계가 아니라 우리 삶에 자리 잡고 있는 통증의 해부에 가깝다.
상실과 이별의 사유는 죽음에 대한 성찰로도 이어진다. 시인은 항상 죽음을 의식한다. 이러한 ‘메멘토 모리’의 태도는 「있었으면 좋겠다」, 「내 생일은 언제일까?」, 「향香을 피우며」에서 넓게 펼쳐진다. 스티븐 호킹의 무신론적 언급을 끌어오면서도, 화자는 “그러나, 꼭 (영혼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이 바람은 종교적 교리의 확신이 아니라 애도하는 마음의 표현이다. 「향을 피우며」는 더 냉정하게 죽음을 바라본다. 썩는 냄새를 향으로 감추는 인간의 관습을 들여다보며 “영혼도 썩는 것일까?”라고 묻는다. 여기서 죽음은 신비화되지 않고, 살아 있는 것 또한 냄새를 피우며 썩어가면서 죽음에 도달하는 것임을 시인은 깨닫는다. 이런 인식은 삶의 우울을 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삶을 과장하지 않기 위한 태도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시집의 시들이 상실의 방 안에만 갇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맑은 물은 속이 훤히 보인다」, 「리기산에 올라」, 「라오콘 군상」 같은 여행과 예술의 장면들은 개인의 고통을 바깥 세계의 모습으로 확장한다. 플리트비체의 투명한 물을 보며 “속이 훤히 보이는 사람끼리 모여 살면”이라는 소망을 말하는 대목에서 볼 수 있는 대자연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삶의 윤리적 가치 척도가 된다. 이런 삶의 윤리는 「이만하면 됐다」라는 작품에서 분명한 표현으로 다시 확인된다. “내겐 부활이 없다”라고 말하면서도, “됐다/이만하면 됐다”라고 스스로를 놓아준다. 이는 체념이라기보다, 더는 고통을 미화하지 않겠다는 결심에 가깝다.
이용일 시인의 시는 슬픔을 극복하는 방식을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상실과 이별이 남긴 빈자리를 정직하게 기록하고, 그 기록을 통해 하루를 더 견디는 법을 보여준다. 『어머니는 칼날을 잡는다』는 죽음을 생각하자고 말하는 시집이 아니라, 죽음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현실을 끝까지 외면하지 말자는 사유의 시집이다. 그리고 그렇게 외면하지 않았을 때 보이는 나 아닌 존재들의 체온, 상실감이 지배하는 삶의 현장, 말해지지 못한 눈물 등이 이 시집의 시들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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