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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무등산
저자 | 박선욱 (지은이)
출판사 | 평사리
출판일 | 2025. 12.15 판매가 | 12,000 원 | 할인가 10,800 원
ISBN | 9791160233599 페이지 | 112쪽
판형 | 128*210*6 무게 | 146

   


12월 3일 비상계엄의 선포 이후 1년이 지났다. 이 시절이 5.18 광주의 아픔을 겪었던 시인에게는 어떻게 다가왔을까? 박선욱 시인의 시집 『무등산』에는 일상이 무너진 그 날 이후, 어떻게 눈을 반짝이고 귀를 열어 버텼는지, 어떻게 흩어져 조각났던 일상의 감정을 추스르고자 애썼는지, 마침내 꽃들과 빛의 의기투합이 이룬 우리 역사의 순간들, 특히 시인이 경험했던 5.18 광주의 시간들, 그 어머니 무등산의 땅울음이 지켜낸 우리들의 오늘을 펼쳐 보인다.

일상이 무너진 그날 이후,
꽃들과 빛의 의기투합이 이룬 역사적 시간을 기록하다

■ ‘5월 광주가 탄생시킨’ 박선욱 시인의 문학적 행로

평사리에서 박선욱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무등산』을 펴낸다. 박 시인은 5공 정권에 의해 모든 매체가 강제 폐간된 뒤 등장한 무크 『실천문학』의 제1호 시인으로 1982년 등단했다. 일찍이 김준태 시인은 박 시인을 일컬어 “5월 광주가 탄생시킨 시인”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 시인이 등단작 「누이야」를 비롯해 5월 광주를 형상화한 시편들을 꾸준히 발표해 왔기에 그 지적은 타당해 보인다.
박선욱 시인은 시집 『그때 이후』 『다시 불러보는 벗들』 『세상의 출구』 등 세 권의 시집을 펴내는 동안 광주 오월 정신을 기반으로 분단과 통일, 노동과 인권, 제국주의에 의한 제3세계 침탈에 대한 문제의식을 형상화하는 여러 시편들을 발표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시 이외에 어린이 인물 이야기를 쓰는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업에 몰두했다. 동화와 청소년소설, 장편소설을 연달아 펴낸 박 시인은 『윤이상 평전: 거장의 귀환』으로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을 수상하여 평전문학의 성가(聲價)를 인정받았다. 산문 영역으로 들어섰지만, 그는 “광주항쟁의 현장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은 채 오히려 그 정신의 원류를 찾아 외롭게 민족사의 정통성 탐사작업에 매진해 왔다.”(평론가 임헌영)는 평가도 받았다. 평론가 임헌영은 거듭하여, 박 시인이 “근대 실학사상(『조선의 별빛; 젊은 날의 홍대용』)에서 민족혁명의 발아를 찾아 조선의 무예 훈련을 위해 교재를 만든 협객 백동수(『백동수』)와 민중문화를 진작시킨 독서의 명인(『김득신』)을 부각시켰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4시집 『회색빛 베어지다』에서는 거대 담론에서 벗어나 개인적 고뇌와 내적 자아에 대한 성찰과 물음을 던지는 시편들을 선보였고, 5시집 『눈물의 깊이』와 6시집으로 펴낸 독립운동가 기림시집 『풍찬노숙』에서는 일제강점기 항일운동가들에 대한 장시를 수록함으로써 서사의 지평을 넓히는 데까지 나아갔다. 『풍찬노숙』 이후 3년 만에 펴내는 7시집 『무등산』은 역사에 대한 반추, 미래에 대한 전망이 중추를 형성하고 있다.

■ 박선욱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무등산』의 시 세계

박선욱 시인에게 행주산성은 서녘 하늘의 고요함과 푸르스름한 빛을 거느린 곳으로 기억된다. 그 행주산성을 품은 덕양산에 올라 너른 들녘, 도심의 높은 빌딩들, 차들로 북적이는 자유로를 바라보는 아침나절은 평화 그 자체였다. 그는 거기서 “방화대교에 노을 번질 때면/아무런 걱정 근심 없이/꽃향기에 흠뻑 취해 볼까나”(「봄, 행주산성 위에서」) 하고 유유자적한 한때를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유장하게 넘실넘실 흐르는 한강”(「꿀잠」)이 바라보이는 곳으로 이사한 시인에게 느닷없이 찾아온 2024년 12월 3일, “검사 출신 주정쟁이 군 통수권자가/위헌 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계엄령」)한 그날은 일상이 통째로 무너진 날이 되고 말았다.
이 어처구니없는 내란은 그날 국회로 달려온 시민들의 불굴의 저항과 국회의원들 및 보좌관과 국회 직원들, 군인들의 소극적 대응에 의해 무산되었다. 내란수괴가 체포되기까지 추운 겨울날 응원봉을 들고 빛의 혁명을 이끌었던 시민들의 활약상은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며 지구촌의 이목을 끌었다. 헌정사상 두 번에 걸쳐 무혈 혁명을 통해 현직 대통령을 탄핵하는 데 성공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저력과 K-민주주의의 높은 격조를 보여준 사례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하지만, 내란 극복을 하는 과정은 지난한 것이었다. 내란 세력들은 교활한 법 기술을 조자룡 헌 칼 쓰듯이 휘두르며 지켜보는 시민들을 조롱하고 경멸했다. 응원봉을 들었던 시민들은 그때마다 말할 수 없는 모욕감을 느꼈다. 친위 쿠데타가 일어난 지 벌써 1년이 지났건만 내란범 가운데 단 한 명도 사법적으로 단죄하지 못한 현실은 답답함을 넘어 분노마저 치솟게 한다.
박선욱 시인이 펴낸 이 시집은 그러한 악몽을 떨쳐 내며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과정의 기록이다. 불안한 나날을 살아낸 모든 이들과 함께 작은 비망록을 펼치고 독자들에게 조심스레 건네는 행위이다. “언어도단의 시대가 도둑처럼 왔”(시인의 말)지만, 결코 절망해서는 안 된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이 시집 『무등산』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평범하지 않은, 아니 경이로웠던 그 일상을 36편의 시편에 담은 게 한 축이고(1~3부), 우리 현대사의 비극인 5.18 광주를 연작시 23편으로 엮은 게(4부) 다른 한 축이다.
시인은 제4부로 구성된 연작시 ‘동토에서 피어난 봄의 노래’의 마지막 장에서 “우리 이제 낮이나 밤이나 억만 발걸음 멈추지 말자”(「23. 무진악(武珍岳) 땅울림」)며 대동단결과 내일을 위한 전진을 다짐함으로써 종지부를 찍고 있다. 이 시집 4부에, 45년 전 신군부의 무도한 계엄과 광주학살의 만행을 배치한 것은 역사를 통시적으로 바라보고 반추하며, 그 교훈을 잊지 말자는 다짐의 뜻에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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