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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C. 그렐링의 『철학적 논리학』을 수정?완비?확장한 실질적인 개정판

철학은 복잡하고 때로는 난해한 학문이다. 철학을 전하는 많은 책들이 피상적인 철학을 제공하고, 따라서 철학의 문제들을 왜곡하고 변조하기도 한다.

철학적 논리학이 포괄하는 주제는 대단히 중요하다. 그리고 그 주제들을 이해하는 작업 중 절반은 철학적 논리학의 맥락에서 그 주제들의 위치를 정해주는 것인데, 그것이 이 책의 역할이다. 이 책을 통해 많은 난점에도 불구하고 철학의 여러 주요문제들에 관해 충분히 예비적인 개관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무엇보다도 분석 철학에서 다루는 철학적 주제들을 철학사적인 개관 없이, 말 그대로 문제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의 목차에 등장하는 개념들을 눈여겨보면, 그것들이 어느 것 하나 뺄 것 없이 분석 철학의 주된 관심 사항이자 중심 개념들이라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프레게를 태두로 하여 분석 철학이 성립한 후 지난 한 세기를 거치면서, 럿셀, 비트겐슈타인, 에이어, 슐릭, 카르납, 포퍼, 콰인, 오스틴, 그라이스, 썰, 퍼트남, 크립키, 데이빗슨, 더밋 등 쟁쟁한 학자들이 명제, 필연성, 분석성, 존재, 전제, 기술, 진리, 의미, 지시, 검증, 용도, 실재론, 반실재론 등과 같은 문제들을 놓고 끊임없는 논쟁과 설전을 벌여왔다. 바로 이런 개념들이 실질적으로 우리의 사유 틀을 규제하고 또 세계관을 결정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분석 철학의 기본 목표가 비트겐슈타인의 말대로, 사고의 논리적 명료화에 있고, 철학적 활동이 본질적으로 해명과 치유에 있다면, 이 책은 그러한 분석 철학의 정신을 그야말로 충실하게 재현하고 훈련시키는 보기 드문 역작이라 할 수 있다.

최근의 서양 철학은 영미 분석 철학과 유럽 대륙 철학이 통합되어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리하여 이제는 유럽 철학계에서도 분석철학의 방법론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그에 준하는 역작들이 유럽 학계에서도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오늘날 독일 철학계의 대부 역할을 하고 있는 하버마스가 20세기는 분석 철학의 세기였다고 회고한 것만 보아도 그렇다. 유독 우리나라만 아직도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논리적 훈련을 시키는 일에 소홀한 탓에, 엄밀한 논리적 사유를 전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익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하여 분석철학자들의 개념 분석 방법이 얼마나 치밀하고 객관적인 것인지를 배울 수 있으며, 또 학문을 하는 데 논리적 기초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