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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날에, 흔들리는 나를
저자 | 서영식 (지은이)
출판사 | 진담
출판일 | 2024. 04.20 판매가 | 17,000 원 | 할인가 15,300 원
ISBN | 9791198654717 페이지 | 205쪽
판형 | 145*195*20mm 무게 | 267

   


위로란 본질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다만 이 세상은 본래부터 눈부시고 아름다운 것이었음을
우리는 그의 나직한 속삭임을 통해 깨닫는다.

“몹시 외롭고 막막하고 지치는 날이 있었다.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사무실에 혼자 앉아 불을 끈 채로 한 덩어리 어둠이 되어 있다가 겨우 일어나 막차를 타러 가는 길이었다. 사무실을 걸어 나와 골목을 지날 때 한쪽 구석에 놓여 있는 정거장횟집의 수조를 보았다. 늘 스쳐 지나가는 수조가 그날은 왜 그렇게 커 보였을까.

텅 빈 수조 안에는 멍게 한 마리가 가라앉아 있었는데 멍게를 보는 순간 나는 왜 갑자기 울컥해져 버렸는지, 어쩌자고 멍게를 붙들고 엉엉 울고만 싶었는지.

수조 바닥에 가만히 가라앉아 있는 멍게와 세상에 납작 엎드려 가만히 살아 있는 내가 다르지 않아서 온종일 멍게를 들쑤셨을 성가신 뜰채와 나를 들쑤신 성가신 하루가 다르지 않아서 수조 속을 이리저리 굴러 간신히 살아남은 멍게의 밤과 만신창이가 되어 간신히 걸음을 떼는 나의 밤이 다르지 않아서 여기가 물인지 뭍인지 가늠할 수 없던 밤. 곤히 잠든 멍게를 흔들어 깨워 소주 한 잔 부어 주고 싶던 밤….” - 본문 [잘 자라, 멍게] 중

이 책은 고되고 쓸쓸한 날들 가운데 시인 서영식에게 찾아온 일상의 작은 깨달음들을 시라고 해도 좋고 산문이라고 해도 좋을 언어로 풀어낸 에세이집이다. 위 ‘잘 자라, 멍게’는 28페이지에 나온다. 나머지 글들도 전부 그렇게 따듯하고 뭉클하다. 읽다가 한 번에 다 읽기가 아까워 잠시 멈추고 가슴에 보듬는 책이 있다면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하지만 제목만 보아 가볍고 감상적이기만 한 책일 거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이 책이 보여주는 세상의 진실들은 무겁고 아프며 냉혹하다. 그럼에도 그런 이야기들을 담담하고도 따스하게 풀어내는 시선에서 시인의 가볍지 않은 삶의 무게와 세계를 관조하는 깊이가 느껴지는데 그는 심지어 버스의 흔들리는 손잡이나 망해버린 꽃집을 통해서도 이 세계와 인간의 틈새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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