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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 > 지리학/지정학 > 지리학
돌에 새긴 시대의 속내
저자 | 김윤규 (지은이)
출판사 | 나루(도서출판)
출판일 | 2023. 03.20 판매가 | 18,000 원 | 할인가 16,200 원
ISBN | 9791198226112 페이지 | 360쪽
판형 | 128*188*30mm 무게 | 360

   


돌에 무엇을 새기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이다. 쇠는 녹이라도 슬고 나무나 종이는 썩기라도 하지만, 돌은 지구소멸까지 불변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비석 하나라도 세우기를 조심했다. 글자 하나도, 작은 사실도, 허위나 과장이 없도록 조심하고 조심했다. 그래서 오래된 비석들은 세월의 이끼와 함께 무거운 의미를 담고 서 있다.

그러다가 요즘 갑자기 그런 조심성이 풀렸다. 신분 제약이 없어지고, 염치가 없어지자 눈치 보기도 사라졌는데, 주머니에 돈도 좀 넉넉해지자, 사람들은 돌에 글자를 새겨 세우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착하게 살자” 비슷한 비석은 고을마다 섰고, “봉사한다”라고 큼직하게 새긴 돌도 곳곳에 서 있다. 모든 돌은 반드시 세운 자의 이름도 새겼고, 심지어 조상을 추모하는 비석에조차 돈 낸 후손의 이름을 새기기도 했다. 그뿐이 아니다. ‘동부마을, 서부공장, 남부학교, 북부회사, 중부협회’ 등의 안내판도 모두 돌에 글자를 새겨 세웠고, 신이 나면 돼지를 기르는 농장 이름도 돌에 새기고, 이름 없는 조상을 고위 관직에 임명하고 돌에 새겨 세웠다.


너무 많다. 이러다가는 영세불멸의 쓰레기들이 국토를 덮을 수도 있다. 아마 결국은 뜻깊은 비석과 단단한 쓰레기가 구별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비석을 읽어야 하는 것이다. 읽지 않는 비석은 그저 돌덩이, 통행지장물일 뿐이다. 내용을 읽고 그 의미를 아는 이에게만 비석은 속내를 드러내고, 쓰레기에서 걸어나와 문화재로 거듭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비석을 읽지도 않고 그냥 돌덩이라고만 한다.

우리가 비석을 읽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는 한자漢字이다. 한자는 오랜 세월동안 우리 조상들의 공용문자였는데, 최근에 사용이 줄어들면서 급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났다. 그래서 한자는 그냥 어려운 글자라는 느낌만 남았다. 그러나 한자 자체는 어쨌든 편리한 문자의 하나이다. 그리고 당연히, 한자로 쓰인 글도 우리의 자랑스러운 유산이다. 모든 시민이 한문으로 읽을 수 있기를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많지 않다. 좀 더 쉽게 비석에 접근할 수 있도록 가공해서 제공하는 것이 훨씬 빠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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