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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빗살무늬 토기에 관한 기억
저자 | 원태경 (지은이)
출판사 | 달아실
출판일 | 2025. 12.24 판매가 | 11,000 원 | 할인가 9,900 원
ISBN | 9791172070854 페이지 | 92쪽
판형 | 125*200*7 무게 | 120

   


춘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원태경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빗살무늬 토기에 관한 기억』이 달아실시선 106번으로 나왔다.

원태경 시인은 첫 시집(『서랍 속의 기억』, 1999)을 내고 25년 만에 두 번째 시집을 펴내는 소회를 〈시인의 말〉에서 이렇게 밝혔다.

“첫 시집이 나오고 25년의 세월이 흘렀다. 오랜 세월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내 식구들을 찾아내 한곳에 모아보니 오래된 공동묘지 무덤 한가운데 선 것 같기도 하고 새로 입주한 아파트에서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듯하다. 이번 시집이 다음 시집을 준비하는 계기가 될지 생애 마지막 시집이 될지 머릿속이 분주하다. 미래를 누가 알까. 세상이 조금씩 어두워지고 눈이 오려나, 느릿한 바람이 분다.”

해설을 쓴 임지훈 문학평론가는 이번 시집은 한마디로 “일상의 한순간이 어떻게 ‘시’가 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며 이렇게 요약한다.

“원태경의 시적 세계가 보여주는 의미 가운데 하나는 결국 예술이란 삶의 대척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예술은 삶을 바라보는 우리 눈 속에 있다. 우리의 눈을 통해 삶의 저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예술이 외화되는 것이며, 가장 초라하고 무심해 보이던 순간들도 시적인 순간들로 다시 피어나는 것이다. 은행의 대기표와 식당의 소음, 빨래와 냄비, 창문 너머의 별빛과 같은 것들이 예술의 재료가 될 수 있는 까닭은, 예술이 특별하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살아 있음’ 그 자체가 바로 특별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 특별함을 감각하는 일이 우리 생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삶을 다시 바라보는 관점은 그 자체로 모든 외부적 문제의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인데, 중요한 것은 적어도 그와 같은 관점의 변화가 우리의 삶을 한층 견딜 만한 것으로, 풍부한 의미의 세계로 뒤바꾸어준다는 사실이 아닐까? 인간은 오직 밥만으로 살 수 없듯이, 우리의 일생을 살아갈 만한 것으로 바꾸어주는 것은 바로 그와 같은 시선이 아닐까. 시인의 작은 목소리에 밑줄을 그어가며 그런 생각을 해본다. 우리의 지리멸렬한 하루가 그 자체로 예술의 형식이라는 사실을 마음 깊이 새겨본다.”

임지훈 문학평론가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일상의 평범한 사건들이, 평범한 사물들이, 시인의 미적 감각을 통해 어떻게 예술 혹은 시로 구현되는가에 있겠다.

그에 덧붙여 독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이 시집의 서사를 풀어내고 있는 시적 화자이다. 그는 한편으로는 아들로, 한편으로는 남편으로, 또 한편으로는 아버지로, 평생을 살아낸, 이제 칠십을 눈앞에 둔 초로의 사내다.


좀처럼 비가 그치지 않았다
비를 맞으며 온 산을 뒤집고 다녀도
사슴은커녕 토끼 한 마리 만나지 못하고
빈손으로 동굴로 돌아왔다
젖은 몸을 말리는 동안에도
만삭의 아내는 열매는 이제 지겹다고
사슴고기가 먹고 싶다고 했고
그 이빨로 목걸이도 하나 걸고 싶다 했다
돌도끼를 단단히 다시 고쳐 매고
비가 빨리 그쳐주길 기다려 보지만
동굴 속까지 파고드는 천둥과 번개 불빛
벽 한쪽에 그려 놓은 사슴 머리뿔이
조금씩 자라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아이들은 아내 옆에서 계속 울고 있었다
비는 그칠 줄 모르고 더 이상 비가 계속 내리면
어쩌면 동굴도 다시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식구들보다 더 크게 울고 싶었다
가슴 속에 품고 다니던 화살촉을 꺼내
황토 그릇마다 식구들 가슴살을 파듯
빗줄기를 그려 넣었다 두고두고 기억하라고
불보다 물이 더 무섭다고 단단하게 적어 넣었다
- 「빗살무늬 토기에 관한 기억」 전문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이 시집은 한때 당신의 아들이었던, 한때 당신의 남편이었던, 한때 당신의 아버지였던 그에 관한 기억들을 담아내고 있다는 얘기다. 뒤집어 말하자면 그가 살아낸 엄마(들)에 관한 이야기이고 그가 살아낸 아내(들)에 관한 이야기이고 그가 살아낸 자식(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당신에 관한 이야기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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