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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서
저자 | 천쉐 (지은이), 김태성 (옮긴이)
출판사 | 글항아리
출판일 | 2025. 06.13 판매가 | 18,500 원 | 할인가 16,650 원
ISBN | 9791169093972 페이지 | 248쪽
판형 | 140*210*15mm 무게 | 347

   


사랑과 글쓰기는 동의어다
나는 사랑할 때가 아니면 언제나 글을 쓴다

퀴어 문학의 상징, 천쉐
여성들 사이의 정욕 묘사로 논란에 섰다가 절판 후 복간된 첫 소설집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내 생명의 핵심으로 다가왔다”

『악녀서』는 천쉐의 첫 소설집이다. 1995년 대만에서 발표됐을 때 여성들 사이의 정욕 묘사가 지나치다는 이유로 숱한 논쟁을 일으키며 ‘18세 이하 열독 금지’ 딱지가 붙었고 얼마 후 절판됐다. 독자와 연구자들은 그러나 이 책의 존재를 잊지 않았다. 특히 첫 수록작인 「천사가 잃어버린 날개를 찾아서」는 퀴어 문학의 상징이었고 끊임없이 복간 요청이 들어왔다. 작품들은 되살아나 하나의 이정표로 자리 잡았고, 한국에서는 그로부터 30년이 지나 『악녀서』를 선보인다.

천쉐는 대만에서 첫 동성결혼을 한 인물이다. 단 한 번도 자신의 성 정체성을 감춘 적이 없다. 이 책에 실린 네 편의 소설에서도 그런 면은 투명하게 드러난다. 여성의 자위, 첫 성 경험 상대였던 남성에게서 여성으로 옮겨가는 이들, 남성이 채워줄 수 없는 여성들 사이의 사랑, 근원적 이탈의 계기가 된 어머니에게로의 회귀 등이 작품마다 등장한다.

이십대 중반에 쓰인 이 글들은 젊고, 욕망으로 흘러넘치며, 죽음충동이 선명하다. 여성들 사이의 성관계인 까닭에 묘사는 더 적나라한데, 상대 여성이 ‘나’에게 접근할 때 심리적 우회를 거치지 않고 벌거벗은 세계로 곧장 이끌기 때문이다. 다만 그런 성관계는 필연적으로 죽음에 대한 불안, 검은 구멍 속의 기억, 어머니에 대한 애증으로 이어지면서 ‘사랑’과 ‘기억’이 번갈아 쓰인다.

“손가락이 젖꼭지 위에 가볍게 원을 그렸다. 가벼운 전율에 이어 따스하고 부드러운 조수가 밀려왔다. 아쑤의 입술이 따뜻하고 부드럽게 내 젖꼭지를 빨고 있었다. 마침내 그녀는 내 하체에 덥수룩하게 자라난 음모를 헤치고 한 겹 한 겹 음부를 벌려 열었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내 생명의 핵심으로 다가왔다. ‘눈물 냄새가 나네.’”(「천사가 잃어버린 날개를 찾아서」)

이 단락처럼 극도로 민감한 내 몸속으로 들어와 어떤 음경도 건드리지 못할 깊이에 닿는 묘사들이 작품을 지배한다. 감각의 열림은 늘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내달리고, 거기에는 어머니가 있다. 이것은 죄책감, 증오 혹은 회복하고 싶은 사랑이다.

천쉐 소설 속의 ‘나’는 거의 언제나 글 쓰는 자아다. 산문집 『같이 산 지 십 년』에서 천쉐는 가장 중요한 것으로 ‘사랑’과 ‘글쓰기’ 두 가지를 꼽는데 이는 소설에서도 마찬가지다. 위 작품에서 아쑤는 ‘나’ 차오차오에게 계속 글을 쓰라고 권한다. “아쑤는 펜을 내 손에 쥐여주면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으로 나를 안고는 가볍게 책상 앞 의자에 앉혀주었다.” 「이상한 집」에서는 타오타오가 내 책상에 다리를 올린 채 앉아 있다. “유백색 엉덩이가 잉크가 잔뜩 묻은 종이 위에서 꿈틀거리자 황금빛 허벅지 위로 촘촘한 글씨들이 가득 기어 올라왔다.” 주인공에게 사랑(섹스)과 글쓰기는 거의 동의어이고, 기억의 진창길에서나 동성애를 혐오하는 사회에서 몸을 일으켜 ‘나’는 문자의 사다리를 타고 한 칸 한 칸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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