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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우동가게
저자 | 강순희 (지은이)
출판사 | 메이킹북스
출판일 | 2025. 11.29 판매가 | 16,800 원 | 할인가 15,120 원
ISBN | 9791167917881 페이지 | 244쪽
판형 | 152*223*15 무게 | 358

   


IMF 시절 요맘때, 충주 연수상가에 이렇게 춥고 배고픈 바람이 불었다.
간판 없는 실내 포장마차에 달랑 앞치마 하나 입고, 이름 없는 공원에 벌거벗은 느티나무를 바라봤다. 중소기업을 했던 남편이 본전 말 찾겠다며 아들과 딸을 남겨놓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위층에 변호사 부인이었던 친구 희수가 밀가루 반죽을 하며 우동을 끓여 먹고 살아야 한다고 내 손을 꽉 잡아 주었다. 손님들 앞에서 말이 나오지 않아서 어정쩡 아줌마라는 변명이 붙여졌고 서툴고 어렵고 고단한 삶이 밀가루 범벅이 되었다.

흩어져 있어서 서러운 밀가루 입자들이 내 안에서 뭉치기 시작했다. 부드럽고 따뜻하게 때론 질퍽하고 빡빡하게 서로 몸을 비비며 내 앞치마 속으로 들어와 찰지게 뭉쳐 달라고 애원한듯했다. 땀과 눈물로 밀가루를 반죽에 재미가 들린 후, 손님들의 이야기가 젖은 앞치마 안으로 들어와 받아쓰기하기 시작했다.

이름 없는 우동집에 〈행복한 우동가게〉라는 이름을 지어 간판을 달았다.
손님들이 털어놓고 간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듣고 느티나무와 소통하는 동안에 〈시인의 공원〉이라는 이쁜 이름도 충주시에서 달아주었다.

〈행복한 우동가게〉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책이, 고생하기 위해 태어난 나의 삶을 닮은 듯해서 어딘지 모르게 짠하고 속이 상했다. 그래서 좀 튼실하고 야무진 자식을 낳고 싶어서, 아니 문학성이 인정받은 자식을 낳고 싶어서 억지로 외면하고 싶었다. 거칠고 투박하고 척박한 나의 첫사랑인 행복한 우동가게는 내 안에서 이렇게 못생긴 아이로 있었다.

긴 세월 동안 내 안에서 나를 닮은 행복한 우동가게가 시인의 공원 느티나무 아래서 언제나 나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어서 서성이고 있었다. 느티나무 위에 비바람이 부나 눈이 내리나 나를 바라봤다.
올여름 지독한 불볕더위 속에서 가지치기한 느티나무의 짜리뭉튼한 모습을 보고 나는 달려가 꼬옥 안아 주었다. 그동안 미안했다고, 더 좋은 작품을 낳고 싶어서 다른 곳에 눈을 많이 돌리고 바람을 많이 피웠는데, 너는 언제나 나만 쳐다보며 행복한 우동가게 안으로 나를 가두고 보호해 주었다고, 덕분에 등 따습게 밥을 먹고 해맑게 웃을 수 있었다고, 나의 대표작을 찾았으니 더 이상 시인의 공원을 떠나 헤매지 않을 것이다. 연수동 시인의 공원에 뿌리를 깊게 내려서 비바람과 눈보라를 끌어안아 줄 것이다. 책 속으로 들어온 서른 한가락의 나의 단골들 그 후기를 하나도 잊지 않고 줄줄 쓰고 싶은 이야기가 내 가슴속에 들어 있다는 것을, 행복한 우동가게 앞, 시인의 공원 느티나무는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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