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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으로

순천시 외서면 월평리의 구석기와 신석기 유적, 죽내리의 구석기~청동기 시대 고인물 유적, 그리고 운평리 고분 등은 우리지역의 삶의 터전으로서 오래 전부터 살기 좋은 곳이었음을 알려준다. 또한, 순천은 대가야와 백제, 신라에 속했던 고을이었으며, 후삼국시대에는 사평(옛 순천의 위명)이라는 이름으로, 호족세력이 크게 위세를 떨친 지역이기도 하였다. 고려와 조선에 이르러서는, 왜구의 침략에 맞서는 백성들, 조선 개창 당시의 불사이군의 충절들, 성리학의 발달과 고유의 학풍, 7년여 왜란 속에서의 피어린 항쟁 등, 우리 조상들의 올곧고 치열한 삶이 가득하였다. 나아가, 우리 지역은 훌륭한 인물들을 많이 배출하여 충/효/예의 근본을 보인 향학 고을이기도 하였으며, 근세의 농민항쟁과 일제 만행을 온몸으로 항거하였던 질곡의 삶이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나의 화력, 어느덧 60여년, 세월의 흐름을 생각하며 우리지역을 널리 알린 이수광, 조현범 두 분을 떠올린다. 이수광은 17세기 순천 부사로, 순천의 역사와 문화를 승평지(1618년)로 기록하였으며, 조현범은 순천의 아름다운 자연과 훌륭한 인물들, 그리고 설화와 전설을 강남악부(1784년)로 편찬한 인물이다. 이수광은 백과사전식 기록으로, 조현범은 지방사의 시집으로 순천을 노래하였으니, 나는 순천의 역사와 인물을 그림으로 보이겠다는 소임으로 작업에 임하였다. 자료 조사와 현지 답사 등 1000여일의 계획과 준비를 통해 우리 지역의 역사를 가능하면 체계적이고 객관적으로 묘사하려고 하였으나, 아직도 부족함만이 느껴진다. 그 동안 역사화 작업에 힘이 되어 주신 사학자 조원래 교수님, 사료 고증에 깊은 고마움을 표하며, 또한 역사화 작업에 자문하여 주신 월암 오웅진 선생님, 화우 서남수, 김정열, 김영황 님게도 감사를 드린다. 또한 작업 과정에서 많은 관심과 도움을 주신 순천시 시장님과 관계자 여러분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6년여 작업 기간 중 우리 지역의 역사를 새롭게 접한 부분이 많았고, 조상들의 삶을 따라가며 눈시울 붉힌 일도 많아, 현재 우리의 삶이 얼마나 큰 축복인 것인지, 역사화 작업을 하는 동안 조상들에 대한 고마움이 가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