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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 > 여성학/젠더 > 남성학/남성문제
할배의 탄생
저자 | 최현숙 (지은이)
출판사 | 이매진
출판일 | 2025. 11.28 판매가 | 18,000 원 | 할인가 16,200 원
ISBN | 9791155311592 페이지 | 299쪽
판형 | 140*200*17 무게 | 389

   


어르신, 꼰대, 할배 - 노약자석에 갇힌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들
고독사, 어르신, 나라 팔아먹어도 1번 찍는 콘크리트, 꼰대, 박카스 할머니, 어버이연합. 노인의 삶은 노인에게, 아직 노인이 안 된 사람에게, 그러므로 지금 여기의 모든 사람에게 공포다. 공포를 숨기려는 비웃음 뒤에서 노인의 진짜 삶은 박제된다. 대화보다 훈계, 타협보다 명령이 가부장다운 권위라고 여기는 남자들, 늙은 수컷들은 자기를 쉽게 못 드러낸다. 배낭여행도 못 가고 노약자석에 갇힌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들도 자기를 이야기하고 싶은 모양이다.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기록하는 최현숙이 이번에는 ‘할배’들을 만났다. 남자라는 정체성을 얻고, 군대 가고, 밥벌이하고, 돈 벌고, 여자 사고, 죽음을 향해 달려온 70년 세월의 곡절마다 이야기가 그득하다. 어르신이든, 꼰대든, 할배든, 그저 한 사람의 민낯이 있을 뿐이다. 낯설기만 한 그 맨얼굴을 들여다보면, 완고한 얼굴로 절뚝이며 거리를 지나가는 나이든 사람들 사이에서 미래의 내가 다가온다.

군대, 여자, 돈 - 아버지가 되지 못한 아버지들 이야기
김용술(71세)은 1945년 해방 때 전라북도 부안에서 태어난다. 일제 강점기에 몰락한 집안은 군산과 속초 등을 떠돌며 가난하게 산다. 아버지는 ‘일본 종놈’을 만들지 않겠다고 학교를 안 보내지만, 김용술은 그 탓에 인생이 꼬였다고 생각한다. 속초에 정착해 결혼하고 양복을 만들다가 군대에 끌려간다. 제대한 뒤 경기도 안성에서 택시를 몰다가 속초로 돌아와 양복점을 크게 벌인다. 기성복 시장이 커지자 양복점을 접고 섹스 비디오방을 차린다. 그 장사마저 아내에게 맡기고 서울에 와 채소 장사를 하지만 가진 돈 다 도둑맞고 떨이로 파는 ‘돼지호박 5500원어치’로 재기한다. 가정에 소홀해진 사이 아내는 바람을 피우고, 아이들은 아버지를 외면한다. 속궁합 잘 맞는 강 여사를 만난 뒤 이혼하고 구두 수선을 하며 잘 지내지만, 오늘도 가족들하고 화해하고 자기보다 어려운 노인들을 돕는 노년을 꿈꾼다.
이영식(70세, 가명)은 1946년 강원도 횡성에서 태어난다. 여섯 살 무렵 실수로 양잿물을 마신 친어머니가 세상을 뜬 뒤 큰집에 가서 더부살이한다. 중학교를 그만두고 친구들하고 어울려 서울에 와 다방 주방에서 일한다. 남자다워지려고 안 가도 되는 군대에 가지만 작은 키 때문에 무시받자 ‘월남전’에 자원한다. 죽음의 공포를 겪은 뒤 돌아와 오랫동안 방황하며 노숙 생활까지 한다. 목수 일로 자기 생계를 꾸리지만, 가정은 꾸리기가 두려워 평생 홀로 산다.
두 사람의 삶은 군대, 여자, 돈, 군대, 여자, 돈이다. 김용술은 군대는 남자라면 가볼 만한 ‘재미’있는 곳인데 ‘인권’이나 들먹이니 ‘자살’을 하고, ‘꾀’ 못 내고 ‘요령’ 피울 줄 모르고 탈영한 놈들은 ‘병신’이라고 말한다. 이영식도 ‘요즘 애들’이 너무 ‘약해’ 군대에서 ‘사고’가 많다고, ‘때리는 놈’은 ‘통솔’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폭력을 ‘두둔’한다. 그런 두 사람은 화려한 성매매 경험을 자랑한다. “안쓰럽다는 생각도 안 들었어. 그냥 돈 주고 사는 여자지.” “남자 홀리는 여자들이 있거든요. 이쁘게 놀아요. 돈을 반기는 거지 나를 반기는 게 아니지요.” 그렇지만 ‘마누라’도 없고 ‘자식’도 없다. 두 사람 다 평생 쉬지 않고 일했지만 가난의 굴레를 못 벗어난다. 돌고 도는 돈이 두 사람에게는 손안에 쥔 모래알 같다. 김용술은 자기처럼 ‘손발로 먹고사는 사람’은 ‘부동산 살 만큼 돈’이 모이지 않았다고 하고, 이영식은 평생 모은 돈이 ‘은행에 넣어놓은 5000만 원’밖에 안 되지만 ‘진짜 깨끗한 돈’이라고, ‘30년 노가다로 척추 측만에 망가진 무릎’만 남은 ‘내 몸뚱이’라고 자부한다.

할배의 현대사, 남자들의 고해성사 - 가난한 남자들의 이야기에 담긴 남성성의 가난함
호탕한 상남자 김용술과 베트남전 참전 용사 이영식의 삶은 얼핏 보면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르신 아니면 꼰대다. 이야기 들어주는 여자 최현숙은 마음속 깊숙이 잠자고 있던 ‘평생 처음 하는 이야기’를 끄집어내 공감하며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 준 적 없고 제 몫을 해내는 삶을 비하하고 다른 계급의 눈으로 자기 삶이 비정상이었다고 평가할 때가 가장 안타깝다. 가난한 남자들이 가난한 남성성을 드러낼 수 있게 이끄는 최현숙은 당신의 삶은 가치 있었다고 따뜻하게 위로한다. 그 위로는 흔들리는 삶에 부대끼는 우리들에게 전하는 당부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곧 나이든 노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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