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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웃는흉터
저자 | 김보나 (지은이)
출판사 | 난다
출판일 | 2026. 08.01 판매가 | 18,000 원 | 할인가 16,200 원
ISBN | 9791124065730 페이지 | 244쪽
판형 | 120*185*20mm 무게 | 342

   


2026년 난다의 시의적절, 그 여덟번째 이야기!

시인 김보나가 매일매일 그러모은
8월의, 8월에 의한, 8월을 위한
단 한 권의 읽을거리

나는 목에 남은 자국을 ‘웃는 흉터’라고 부른다
흉터는 스스로 꿰맬 수 없었던 상처를 남이 여며준 흔적
어쩌면 그래서 웃는 모양으로 남는지도 몰라
삶에 대고 브이, 하라고

2026년의 여덟번째 달, 난다 시의적절 시리즈 8월의 책은 202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하여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 김보나의 첫 산문집 『웃는 흉터』이다. “이야기 구조를 완결되지 않게 하는 진행형의 움직임을 발명”(홍성희)하며 시를 써온 그가 시와 산문, 편지와 짧은 소설 등으로 8월 한 달을 엮어냈다. 시인에게 8월은 떠났다가 돌아오는 시간. 8월은 다치고 짓무르기 쉬운 계절. 그는 한여름에 갑상샘암 수술을 받았다. 병원으로 떠나는 것도 일종의 여행같이 느껴졌다. 짐을 싸고, 낯선 곳에서 밥을 먹고 잠들고, 모르는 사람들과 인사하는 그 모든 과정이(「수박과 소낙비와 참외, 그리고 가장 뜨거운 시절」). 여름은 또한 몸에 새겨진 흉터를 끌어안는 시간이 된다. 흉터는 늘 곡선으로 피부에 새겨진다. 흉터는 스스로 꿰맬 수 없던 상처를 남이 여며준 흔적. 거울 앞에 선다. 시선을 내리면 호를 그린 무늬가 보인다. 어느 강의 물줄기를 뚝 떼오면 꼭 그런 모습으로 흐를 것도 같다. 시인은 고개를 들고, 흘러가는, 번뜩이는 물줄기를 찾는다. 뭔가 반짝이고 있을 거야. 쏟아지는 빛이 반사되는 눈부신 표면. 흘러가는 희끄무레한 선을 찾아. 봐, 강이야. 사위가 어둑해질 무렵, 땅거미가 진 뒤를 골라 느지막이, 북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밤의 열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바라본다. 첫 시집의 원고 대다수도 그곳에서 고쳤다. 시는 강의 시원에서부터 시작한다. 그곳에선 목소리들도 갑자기 시작되고 나타난다. 중얼거리고 사각거리다 문득 고개를 들면, 아주 많은 손님을 태운 열차가 창에 불을 켜고 지나가고 있다. 어둠 속을 흘러간다. 열차 열 량이 지나가는 시간은 십 초에서 십오 초 남짓. “내 시집에서 여러 목소리가 들린다면 그것은 강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썼기 때문일 것이다.”(「나의 모험 일지」)

시인의 아버지가 사오는 과일은 대체로 무르고 상처 입은 것들이었다. 포도, 바나나, 자두, 아보카도, 복숭아. 하루를 견딘 것들. 시장을 지나던 온갖 사람들의 눈길과 먼지와 매연을 감당한 과일들은 까만 봉투에 담겨 털레털레 왔다. 시인은 액체에 가까워진 망고를 우물거리다가 생각했다. 세상에는 늘 상한 과일만 사는 이상한 사람이 있다고, 그게 우리 아빠라고. 제값 주고 사기엔 너무 아깝지만 그래도 빛과 향이 고와서, 같이 먹고 싶은 사람이 생각나서 발길을 멈추는, 봉투를 흔들며 걷느라 더 망그러지는 과일을 사오는 물컹이고 이상한 마음이 있다고(22일 산문). 그리고 내 몸에 있는 흉터는 잘 익은, 완숙한 과일처럼 자꾸 벌어지려는 상처의 자국. 옥수수와 여름 과일들이 한창 무르익는 여름, 그런 여름에 기억을 지키며 둥글게 살이 차오른 과일을 떠올린다. 발 뻗고 자는 쪽의 사람들과 나누어 먹고 싶다고 여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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