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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 한국에세이 > 동시/동요
봄엔 조증이 많다는데
저자 | 권민경 (지은이)
출판사 | 난다
출판일 | 2026. 03.01 판매가 | 17,000 원 | 할인가 15,300 원
ISBN | 9791124065365 페이지 | 196쪽
판형 | 120*185*16 무게 | 274

   


나는 자꾸 한군데로 쏠려 살았다.
살았다, 라는 말은 몸과 마음이 함께한다는 말.
마음과 몸이 부둥켜안고 웃고 우는 걸 생각한다.
봄에, 작은 촛불이 탄다.

2026년의 세번째 달, 난다 시의적절 시리즈 3월의 책은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 권민경의 세번째 산문집 『봄엔 조증이 많다는데』이다. “아파하고 흔들리면서도 웃고 농담하며”(박상수) 시를 쓰는 그가 시와 산문, 편지와 일기를 빼곡히 모아 3월 한 달을 엮어냈다. 시인 권민경의 3월에는 혼란함,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 하기 싫은 일들 사이에서의 방황, 모든 상황에 처음 맞닥뜨린 것처럼 반응하는 예민함이 있다. 그는 당황하는 와중에도 웃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깔깔꼴꼴 웃는다. 좋아지려다가 나빠지고, 남을 위로하려 들다가도 몸과 마음의 기력이 쇠해 자빠지고 마는 봄이다. 처음 만난 사람과 친해지고 싶지만 불안한 눈알만 굴리는 시즌이다. 새로운 문구를 잔뜩 장만하고 첫 장만 휘황하게 장식하는 날들이다. 형광펜으로 강조되고, 스티커로 치장된 설렘이다. 봄은, 설렘의 이면에 불안과 고독이 도사리고 있는 계절이다(작가의 말). 그에겐 “과거의 나는 멀어지는 나를 막 쫓아”오지만 “나는 끝내 나를 따라잡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굴러”대는 봄날도 있다(「긴 그림자 짧은 빛」). 그러니 “봄엔/놓고 온 것에 대해 생각한다/봄볕 아래/자주 건너편을 떠올린다 녹아 없어진”(「봄의 메일」).
3월 3일 반려묘의 생일날이 되면 봄이고 3이 두 번 들어가서 기분이 정말 삼삼해지곤 한다(「없는 생일」). 그에게 일 년은 불규칙하게 흐른다. 최상의 비효율에 몰두하며 남은 3월을 하나하나 깐다. 대충 맛만 보고, 하나둘 쓰레기통으로. 이 봄이 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다(「조와 울의 왈츠」). 그리하여 시인은 시절을 분류하는 봄 폴더를 만든다. 똑같은 하루를 지나쳤다 여겨왔지만, 돌아보니 지난 시간은 폴더처럼 제각각 분류되고 있었다. 새삼 깨닫는다. 어떤 시절에 무언가를 시작했구나. 생각보다 또렷한 시작이구나. 그는 이 책을 독자와 나의 첫 만남, 우리들의 시작이 될 수도 있겠다고 여긴다. 말하자면, 이 책은 우리가 함께 열어보는 어느 시절의 봄 폴더인 것이다(7일 에세이).

우리 서로를 기억할 수 있는 동안 부지런히
빚어보고 그려봅시다
봄의 메일 끝에 눈사람을 세워두었다
불멸의 상징처럼 불쑥 솟아날 것이다

자기 전에 시를 쓰고 자야겠다고 생각한다. 춥고 맑은 봄밤이다. 시인의 베개는 자주 꿈이 아니라 시 쪼가리를 견뎌냈다. 시와 꿈이 얼마나 같고 다른지 생각하다 계절이 바뀌었다. 그리운 흰 얼굴. 휴대폰 빛이 밝힌 자신의 얼굴을 상상한다. 괜스레 애틋해진다. 애틋한 건 네 얼굴인가 내 얼굴인가? 시와 꿈이 같은 것인진 알 수 없다. 너와 내가 비슷한지도 알 수 없다(「봄밤」). 그렇다면 시 쓰는 일에 몸이 더 중요할까, 마음이 더 중요할까. 둘 다 중요하다는 걸 시인은 최근에서야 알았다. 그동안은 한쪽에 쏠려 있었다. 어떨 땐 몸에 어떨 땐 마음에. 확실히 구분되는 게 아닌 건 알지만 자꾸 한군데로 쏠려 살았다(「쓰는 인간」). 그래서 이따금 그의 글은 삶의 슬롯에 꽂으며 눈물 없는 기념일을 보낼 수 있게 하는 한 권의 책이 되기도 하고(「눈물의 결혼식」), 또 가끔은 서로에게 쓰는 형식의 키티 일기장이 되어버릴 것 같다(13일 편지). 시인은 그렇게 늘, 흔들리는 편이다. 다만 그는 목표에 매달리거나 밤새 글을 쓴 게 아니라 단지 평온한 일상을 보낼 때 가장 행복했다고 말한다. “우리, 보통은 그런 식으로 삶을 흘려보내지 않나요? 늘 열심히 살 수는 없으니까요. 그저 지내다보면 가끔 좋은 일도 일어나는 거겠죠. 저에게는 그 시절, 그 밍밍한 일상이 곧 행복이었던 것입니다.”(「행복, 촌스러운 말」) 그래서 그는 “내가 쓰는 글은 이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그럴 수밖에 없는 것들도 있다고 생각하다 자신을 의심한다 변명이나 핑계 대신 신념을 키우고 싶다”고 말하며, “죽지 않고 하루 더 살아갈/구실”을 만드는 것이다(11일 시).
시인은 마음을 나무에 비유한 사진을 찍으며 생각한다. 나무들은, 그렇게 꼬이고 비틀릴 때까지 얼마나 많은 바람을 맞았을까. 폭설이 온다는 소식도 언어가 아닌 몸으로 먼저 느꼈을 것이다(「이상한 기후와 마음」). 그렇지만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말을 다루지 않으면 덧나는 사람들이므로(29일 편지), 시인은 봄의 끝에서 한 통의 메일을 쓴다. “그러니까 우리 살아 있는 한 열심히/쑥스러움도 낯가림도 잠시 잊고 소식 나눠요 (…) 서로를 기억할 수 있는 동안 부지런히/빚어보고 그려봅시다”(28일 시).

기억은 반쯤 타다 남았어요
몇만의 밤과 낮을 넘어 사막과 바다를 횡단하는 버스
깜빡 졸던 내가 봄 노래의 가사를 잊을지도 모르지만
잠에서 깨어나 창밖을 보면
검고 예쁜 그들이 올 거예요
종착지는 멀어요 아니, 가까워요. 실은 자신이 없지만
나는 불속에 손을 넣어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마음대로 줄 세워요
내가 일어난 시간과 눈 감을 시간을 섞는 동안
시간은 종점으로 흐르고

떠나간 봄 별자리가 되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줄래요?
_3월 31일 「마지막날의 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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