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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밤에 레몬을 하나 먹으면
저자 | 전욱진 (지은이)
출판사 | 난다
출판일 | 2025. 12.10 판매가 | 13,000 원 | 할인가 11,700 원
ISBN | 9791124065044 페이지 | 128쪽
판형 | 128*213*8 무게 | 166

   


2014년 『실천문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전욱진 시인의 신작 시집 『밤에 레몬을 하나 먹으면』이 난다시편 세번째 권으로 출간된다. 3년 만에 발표하는 이번 신작은 그의 두번째 시집으로서 시 50편을 5부로 구성해 싣고 시인 전욱진의 편지와 대표작 「초생Crescent」을 정새벽(Jack Saebyok Jeong)의 번역으로 영문 수록했다. 삶이 네게 레몬을 주면, 그걸로 레모네이드를 만들라는 널리 알려진 격언을 인용하며 시인은 편지를 시작한다. 레몬을 받았을 때 그걸로 레모네이드를 만들 수 있는 너그러운 마음가짐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시집 속에는 세상에 쥐여준 레몬을 어찌할 줄 모르다 한입 베어 물게 된 사람이 많이 나온다. 무언가를 잃어버렸지만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들. 지나온 삶이 대관절 어땠길래 내 손에 이런 게 쥐어졌는지 따져보는 이들이. 시인은 한 시절을 같이 지낸 사람들에게조차 데면데면 굴다 작별 인사 없이 떠나보낸 날을 돌아본다. 그들이 갓 떠난 자리 그 움푹한 표면을 손으로 쓸어보는 일, 비슷한 처지의 누군가 들어주길 바라며 나름 크게 혼잣말하는 일. 그리하여 안과 밖을 미약하게나마 연결시키는 일. 시인은 이 모든 걸 “시를 쓰다”란 말로 축약하곤 한다(전욱진의 편지).

삶이 장만해놓은 여러 가능성을 지나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 식당에 다다른다

방에 에어컨을 설치하기 위해 나이가 지긋한 남자와 여자가 도착했다. 아웅다웅 옥신각신 티격태격 이러니저러니 실랑이하며 기계를 놓으려는 부부는 꿈에서 화자의 부모가 되어 있었다. 오늘 하루도 참 고생 많았다며 둘의 어깨를 두들기고 손발을 주무른다. 여름 지나면 다 같이 여행을 가자기에 여행은 무슨 여행이냐며 심통을 부렸지만 어느 날 저녁 불어오는 바람은 썩 차가워 가기로 한 섬의 모양을 그려보기도 했다(「풍향」). “낮과 밤을 길러 배웅하던 타이가의 침엽수들/수평선과 지평선 구름이 추는 트로이카/은 쟁반 같았던 바이칼 호수의 마음 없음”(「러시아의 풍경 묘사」)처럼, “이 모든 게 꿈인 줄 모르고”(「가든파티」). 현실이 더는 무엇인지 모르겠는 때에 현실은 그냥 한 무더기 저녁이 된다. “잘 삶은 달걀이 정확히 반 개/고추장 양념에 버무린 명태회/잘게 부순 김이랑 얇게 저민 오이/참깨 빻은 것하고 참깨로 짠 기름/살얼음이 뜬 시고 단 동치미 국물”(「강릉 해변 메밀막국수」) 같은 것 말이다. 깊은 밤 홀로 침실을 나와 조용히 식탁 앞에 앉으려고 할 때, 시인은 말한다. “그때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보다 더 작은 어두움”(「스웨덴 가구 매장」)이라고.

겨우 짜맞춘 그릇은 언제나
수업이 끝날 즈음 다시 부서졌다
그 아름다움을 이해하기 시작한 이가
그곳에 나뿐만은 아닌 듯했다

멍하니 서서 불붙은 건물의 외벽이 무너지는 광경을 보고 있었다(「킨츠기 수업」). 벽난로 속 불꽃이 타오르는 동안 금방 들어온 눈송이들이 죽는다(「습설」). 기다리는 자리에 매달려 있는 것은 마음뿐이고, 우리에게는 아직 더 많은 죽음이 준비되어 있다. 다만 시인은 잠깐 할말을 고르다 이야기를 이어간다. 모르는 누군가가 건넨 그때 그 빵의 맛과 온도에 관해서, 혹은 반쯤 베어 문 절망을 쥐고서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는 사람의 이야기를. “언제 어디서나 어렴풋한 그늘/누구도 잘 쉬지 못하지만//목에 줄을 매단 채 비틀대며/도로변을 걷고 있는 저 개를/당신이 쓰다듬어주면 좋겠다”(「무주」)는 마음으로.

넌 이런 삶도 좋을 거 같다고 말했다

난 이 한가로운 짐승들을 지나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간이었던 녀석도
이 가운데 있을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인간을 관둔 이유는 아마 사랑이었을 거야

넌 지그시 웃는 얼굴이었고
난 그런 삶도 분명 있을 거라 여겼는데
_「사슴농장 견학」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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