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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 사진/그림 에세이 > 동시/동요
겨울 데자뷔
저자 | 최유수 (지은이)
출판사 | 민음사
출판일 | 2024. 02.09 판매가 | 20,000 원 | 할인가 18,000 원
ISBN | 9788937456183 페이지 | 296쪽
판형 | 120*190*20mm 무게 | 414

   


나는 그저 이동하는 인간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어느 때보다도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하루의 대부분을 오직 이동하기 위해서 보낸다. 이곳에서 그곳으로, 그곳에서 또 다른 곳으로. 일정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곳이 이곳이 되는 일의 반복. 나는 거의 가만히 있고, 비행기나 열차나 자동차가 움직이는 것이지만 말이다. 이곳이 어디인지, 그리고 지금 향하는 곳이 어디인지는 이 여정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다. 정말로 이동하기 위해서 이동하고 있을 뿐이니까.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이 여정을 선택한 이유는 이동하는 시간 자체에 속해 있기 위해서이다. 가능한 한 멈춰 있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이 나 자신을 앞 으로 던져 나가기 위해서. 순수한 기투를 실감하기 위해서. - 39쪽

몇 개의 문장을 연달아 쓴 다음 거기서 시제를 지워 본다. 문장 속에서나마 시간의 것이라고 생각되는 울타리의 바깥쪽으로, 우리가 영원이라고 부르는 세계 쪽으로, 간신히, 정말로 간신히 몇 걸음을 내딛어 보는 것이다. 안쪽과 바깥쪽의 시간이 어떻게 다르게 흐르는지 알고 싶어지고, 거기에 있다고 짐작될 뿐인, 보이지 않는 경계를 넘어 조심스럽게 걸어 들어가 본다. 그러면 먼저 내딛은 한쪽 발이 빛의 불길에 새하얗게 타오르기 시작한다. - 42, 43쪽

문득 떠나고 싶다고 느끼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있다. 멀리로 떠나고는 싶은데 과연 왜 떠나야 하는지, 떠난다면 무엇으로부터 떠나야 하는지, 답이 있지는 않다. 오히려 답을 찾기 위해서라도 떠나고 싶다. 물론 찾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하루의 대부분을 ‘이동’하는 데 쓰면, 어느새 ‘그곳’은 ‘이곳’이 돼 있고, ‘나’는 옮겨져 있다고, 최유수는 당연한 이야기를 한다. 대도시도 휴양지도 아닌 거칠고 황량한 시베리아로, 겨울이라는 관념 속으로 그는 문득 떠나기를 결심한다. 항공권과 열차표의 값을 치른 순간부터 몸이 근질거리고, 이동한다는 사실 자체가 예비 여행자를 들뜨게 한다. 기다리는 순간부터 무사히 여정을 마치고 귀가하는 순간까지, 저자는 겨울을, 설원을, 제 내면을 이동한다. 그저 ‘이동하는 인간’의 발걸음은, 시리고 언 채로도 가볍다. 그 새로운 몸과 마음의 질량으로 저자는 겨울을 맞닥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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